[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이 36년 만에 4강 신화를 재현했다. 패색이 짙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도 나왔고, 연장 막판 아쉬운 동점골도 내줬지만,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사력을 다해 일궈낸 감동적인 4강행 드라마였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의 비엘스코 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세네갈과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에 이어 36년 만에 4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에콰도르와 만나 사상 첫 결승에 도전한다. 

모는 게 극적이었다. 패색이 짙던 종료 직전 나온 이지솔의 동점골도 극적이었고, 연장 전반 조영욱의 역전골도 극적이었고,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세네갈에 동점을 내준 것도 아프지만 극적이었다. 승부차기에서 두번째 키커까지 골을 못넣어 절망적이던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끝내 승리를 거머쥔 것도 극적이었다. 막내 에이스 이강인이 1골 2도움 활약으로 4강행의 주역이 된 것마저 극적이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원톱 오세훈(아산)에 전세진(수원)과 이강인(발렌시아)을 2선 배치해 공격진을 구성했다. 그동안 줄곧 출전해왔던 조영욱(서울)은 교체멤버로 대기했다. 박태준(성남)이 정호진(고려대)과 중원을 책임졌다. 수비 라인은 이재익(강원),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이지솔(대전)로 스리백을 꾸렸고 최준(연세대)과 황태현(안산)이 좌우 윙백을 맡았다. 골문은 이광연(강원)이 지켰다.

세네갈이 월등한 피지컬을 앞세워 초반부터 밀어붙였다. 전반 25분 니안이 우측면을 돌파해 수비수들을 제치고 오른발 슛을 날렸다. 위협적인 슈팅이었으나 이광연이 잘 막았다.

한국은 패스 위주 플레이로 점유율을 높이려 했으나 전반 37분 세네갈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우측면을 돌파해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떨궈주자 디아뉴가 왼발 강슛으로 연결해 한국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전반 막판 한국도 반격했다. 전반 41분 오세훈의 헤더가 골문을 비껴갔고, 42분에는 오세훈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이강인이 절묘한 왼발슛을 날렸으나 세네갈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8분 전세진 대신 조영욱을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꾀했다. 이재익, 정호진의 잇따른 슛이 나오며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한국은 페널티킥을 얻어내 동점 기회를 잡았다. 이지솔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세네갈 선수에 밀려 넘어졌고,  VAR(비디오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막내 이강인이 나섰다. 후반 17분, 이강인은 골문 좌측 모서리에 꽂아넣는 정확한 슛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번 대회 이강인의 첫 득점이었다.

VAR 덕에 골을 얻었던 한국이 VAR로 골을 내줬다. 후반 25분 이재익이 수비 과정에서 팔에 볼이 닿았는데 VAR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은디아예의 슛을 이광연이 방향을 읽고 몸을 날리며 기가 막히게 막아냈다. 그러나 또 한 번 VAR 판정이 나왔다. 이광연이 슛 이전 몸을 먼저 움직였다며 선방이 무효 처리되고 재차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세네갈에선 니안으로 키커를 바꿔 이번에는 골로 연결하며 다시 2-1 리드를 가져갔다.

한국은 후반 막판 두 차례나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니안에게 또 골을 내줬지만 이번에도 VAR 결과 그 이전 세네갈의 핸드볼 파울이 있었던 것으로 판정돼 노 골 처리됐다. 후반 44분 또 다시 골 상황이 나왔지만 오프사이드로 무효 선언됐다.

한국이 위기를 잇따라 넘긴 가운데 추가시간이 9분이나 주어졌다. 지친 몸을 이끌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이 마침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종료 직전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이강인이 올린 볼을 이지솔이 환상적인 헤딩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그렇게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극적 동점골로 이미 분위기는 한국으로 넘어와 있었다. 연장 전반 6분 빠른 역습 과정에서 이강인이 절묘한 전진패스를 찔러넣어줬고, 쇄도해 들어간 조영욱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려 세네갈을 무너뜨렸다.

체력이 이미 고갈된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버티던 한국, 마지막 1분을 견디지 못했다. 연장 후반도 끝나 추가시간 1분으로 접어들 무렵, 세네갈 시스에게 통한의 골을 내주며 눈앞까지 와 있던 4강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대혈투 끝에 양 팀의 운명은 결국 승부차기로 갈라야 했다.

선축에 나선 한국은 1번 키커 김정민의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오고, 2번 키커 조영욱의 슛은 세네갈 골키퍼 디알리의 선방에 걸리며 절망적인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세네갈 두번째 키커의 실축이 나와 한국도 희망을 가지게 됐다. 이후 3~5번 키커 엄원상, 최준, 오세훈이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오세훈의 첫번째 슛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디알리가 먼저 몸을 움직인 것으로 판정돼 재차 슛 기회를 얻는 가슴 떨리는 장면도 있었다. 

그 사이 세네갈 4번째 키커의 슛을 이광연이 방향을 읽고 선방을 해냈다. 부담이 커진 세네갈 마지막 키커는 공을 허공으로 차 한국에 4강행 티켓을 선물해줬다. 한국 선수들은 4강 신화의 주역이 된 것에 기뻐하며 마음껏 환호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