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강인(발렌시아)의 나이는 18세지만 20세 형들과 뛰는 무대도 좁아 보인다.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재현하는 데 이강인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릴 적 TV에 출연해 '슛돌이'로 사랑받던 이강인은 이제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한국은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에스코 비아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2019 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까지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1983년 멕시코대회 4강 신화를 36년 만에 재현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오는 12일 오전 3시 30분 에콰도르와 만나 결승 진출을 다툰다.

모든 면에서 세네갈에 열세였던 한국, 유일하게 한국이 앞서는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만능 재주꾼 이강인을 보유했다는 것이었다. 이날 이강인은 1골 2도움으로 한국이 연장전까지 뽑아낸 세 골에 모두 관여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공격 2선에서 원톱 오세훈을 지원하는 임무를 띠고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전반 한국이 수세에 몰리면서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전반 37분 세네갈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반격이 필요할 때, 이강인의 활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강인은 전반 42분 프리킥 찬스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절묘한 슛을 날렸다. 세네갈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으면 그냥 골이었다.

후반 들어 한국이 공세를 강화하자 이강인은 더욱 돋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일 때마다 제 역할을 해냈다. 

한국은 후반 17분 페널티킥 찬스를 얻었다. 이지솔을 상대가 손으로 밀어 넘어뜨렸고, VAR(비디오판독) 끝에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이강인이 나섰다. 킥력이 좋은 이강인을 선택한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했지만, 대표팀 막내에겐 과중한 부담일 수도 있었다. 매섭게 세네갈 골문을 노려보며 이강인이 찬 슛은 세네갈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혔다. 이강인의 대회 첫 득점이 나온 순간이었다. 

이강인의 동점골로 기세를 올리는가 했던 한국은 후반 28분 세네갈에 페널티킥을 내줘 실점하면서 다시 1-2로 리드를 빼앗겼다. 사력을 다해 뛴 한국이지만 세네갈은 강했고 9분이나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이 다 흘러가도록 스코어 변동은 없었다. 그렇게 한국의 아쉬운 패배로 경기가 끝나는가 했으나, 종료 직전 한국이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 후반 종료직전 동점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이강인과 이지솔. /사진=대한축구협회


키커는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이 예리하게 올린 크로스는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앞으로 뛰어나오며 점프한 이지솔의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됐고, 동점골로 연결됐다. 한국을 기사회생 시킨 기적같은 골을 이강인이 어시스트했다.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고, 이강인은 또 한 번 수준 높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연장 전반 6분 한국의 역습 상황에서 볼을 치고 들어가던 이강인이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전방으로 쇄도해 들어가던 조영욱의 움직임을 읽고, 상대 수비 사이로 예리하게 찔러준 전진패스였다. 조영욱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슈팅해 골을 뽑아냈다. 한국이 3-2로 역전한 멋진 골, 이강인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골이었다.

이강인은 1골-2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뒤 기력 소진으로 연장 도중 김주성과 교체돼 물러났다. 한국은 연장 종료 직전 세네갈에 동점골을 내주고 승부차기까지 가서야 승리를 거뒀다. 힘든 경기를 끝내 승리로 이끌어낸 선수들 모두 다 잘 싸웠지만, 이강인이 없었다면 세네갈을 이기기도 4강에 오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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