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하락·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선
수주잔고 늘었지만… 해외 신규 수주 '빨간불'
"하반기 해외 수주 여부가 '몸값 키우기' 관건"
   
▲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해 울산 S-Oil RUC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대우건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몸값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지만, 내실경영이 후퇴하면서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받았다. 대우건설의 올 1분기 실적이 나락으로 떨어졌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선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통'으로 불려오는 김 사장이 내실을 기초로 한 질적 성장과 더불어 해외 신규 수주를 따내 외형 성장을 일궈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관련 업계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올 1분기 실적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반등을 꾀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98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5.9% 급감한 것으로 전 분기(935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1000억원 달성을 하지 못했다.

외형도 줄었다. 올 1분기 매출은 2조3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4% 줄었고, 당기 순이익은 494억원으로 55.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4.85%로 대우건설의 영업이익률이 5%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7년 4분기 영업손실(-1515억원)을 기록한 이래 처음이다. 

대우건설 실적이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주택 부문과 플랜트 부문의 매출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사업부문별 매출액을 보면 △주택건축사업 1조2633억 원 △토목사업 3506억 원 △플랜트사업 3156억 원 △기타연결종속 1014억 원이다. 주택건축사업의 경우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7.17% 감소한 수치다. 플랜트 역시 지난해 1분기(6226억 원)와 비교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아울러 대우건설이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분양규모가 감소했고 도시정비 수주사업에서 부진했던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1조7310억원, 2017년 2조8744억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 일감을 따냈지만 지난해의 경우 5270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내는데 그쳤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6년 3만 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분양을 진행했으나 이후 △2017년 1만9500가구 △2018년 1만4000가구 등 분양 물량이 감소됐다.

대우건설은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한 회계기간동안 제품 판매 등 영업을 통해 실제 벌어들인 현금을 말하며 영업부문에서 현금 유출입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하락하면 향후 실적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대우건설의 올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986억원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면서 올해 영업현금흐름을 -1738억원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은 대우건설의 올 1분기 실적이 저점을 확인한 수준이라면서도 주택 매출 둔화로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대우건설의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1760억원의 5분의 1 수준인 3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대우건설의 최대 과제는 해외 신규 수주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외부 출신인 김형 대표를 신규 선임하면서 해외 사업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외부 출신인 그를 전격 발탁한 배경도 해외사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올 해외 수주목표로 3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2018년보다 70%나 웃도는 수치다.  다만 대우건설 올 1분기 말 기준 해외 수주는 전년(6415억원)보다 80% 이상 급감한 1257억원에 그쳤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실적 감소에는 주택부문 매출 감소 영향이 가장 커 보인다"며 "올해 대우건설 실적에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주택경기 둔화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수주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 하반기 나이지리아 LNG액화플랜트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주목표를 채울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내다보면서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 김형 대우건설 사장/사진=대우건설

이같이 실적 반등과 해외 신규 수주 회복이란 과제에 놓인 김 사장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재매각이라는  ‘몸값 올리기’가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창립 45주년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열고 7년 내 글로벌 톱20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대우건설 체질 개선을 다짐하며 글로벌 도약을 외친 이유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 재매각을 위한 몸값 올리기 전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6월 7일 기준)는 4915원으로, 지난해(6420원) 보다 23%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매각을 앞두고 국내 주택 부문에서 주력하면서 몸값 높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 신규 수주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실적 개선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한편 대우건설의 올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32조103억원이다. 수주잔고는 지난 2017년 말 30조3744억원에서 2018년 말 29조8583억원으로 줄었지만 올 상반기 신규 수주 부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면서 수주잔고를 늘려나가고 있다.

올 1분기 신규 수주액은 3조43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3.8% 증가,  연간 수주목표인 10조5천600억원의 32%를 달성했다. 신규 수주액 3조3063억원은 국내 시장에서 따냈는데 주택‧건축 부분에서 2조7484억원의 일감을 획득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