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강인(18·발렌시아)이 또 놀라운 일을 해냈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이 남자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르는 데 이강인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은 12일 새벽(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에 위치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은 결승전에 진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아시아 최초로 대망의 우승까지 노리게 됐다.

한국의 결승골이 이강인의 발에서 시작됐다. 경기 초반부터 에콰도르 선수들을 압도하는 기량으로 예리한 패스를 찔러넣거나 상대 수비를 따돌리는 실력 과시를 하던 이강인. 한국은 전반 39분 에콰도르 진영 미드필드 좌측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에콰도르 선수들이 수비 위치를 잡느라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강인은 최준이 좌측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절묘한 땅볼 스루패스를 내줬다. 이강인의 킬패스는 쇄도해 들어간 최준에게 자로 잰 듯 전달됐고, 최준은 논스톱 슛으로 에콰도르의 골문을 뚫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이강인표 어시스트였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의 이번 대회 활약은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 정도다. 앞선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이 연장전까지 넣은 세 골에 모두 관여했다. 예선 통과가 걸려 있던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택배 크로스로 오세훈의 선제골을 도왔다.

단순히 기량만 탁월한 것이 아니었다. 이강인은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에게 애국가를 힘차게 불러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국민들의 성원과 하나가 돼 각오를 더욱 다지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세네갈과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직전 선배인 골키퍼 이광연에게 이강인이 아이컨택을 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대표팀 선배들이 이강인을 '막내형'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 축구 역사에서 18세 나이에 이런 실력과 멘탈을 가진 선수가 있었나 싶다.

이번 폴란드 U-20 월드컵은 한국의 이강인이 지배하고 있다. 마치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프랑스의 음바페를 보는 듯하다. 지난해 월드컵 당시 만 20세가 안됐던 음바페는 프랑스가 치른 7경기에 모두 출전해 4골이나 터뜨리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결승전에서는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쐐기골까지 터뜨려 펠레 이후 60년만에 10대 선수로서 월드컵 결승전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음바페는 최고 활약을 하고 프랑스의 우승도 이끌었지만 아쉽게 대회 MVP(골든볼)는 크로아티아의 준우승 주역인 모드리치에게 돌아갔다. 음바페는 신인왕에 해당하는 영플레이어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이강인은 이번 U-20 월드컵 '골든볼'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이강인은 1골 4도움으로 총 5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안드레아 피나몬티(4골, 이탈리아), 다닐로 시칸(4골), 세르히 블렛차(3골 2도움, 이하 우크라이나) 등과 골든볼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꺾고 우승한다면 이강인의 최우수선수 수상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군 무대 데뷔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이강인이지만, 이번 U-20 월드컵에서 그는 '물 만난 고기'마냥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이강인은 이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고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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