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부 방향 정해져야 구체적 움직임 있을 것”
현대그룹 "매주 회의 열어 사업 계획 업데이트"
   
▲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평양공동취재단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포스코와 현대그룹 등은 지난해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 전후로 남북경제협력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으나 남북경협이 요원해지며 사업 계획, 정보 수집 등 밑그림만 그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남북 경협 TF팀을 출범한 지 근 1년이 다 되가지만 뚜렷한 활동은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과 분위기가 좋았을 당시에는 경협 준비 차원에서 소규모로 운영했다"며 "현재로선 정부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직 운영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 경우 경협에서 가장 큰 실수요자로 꼽힌다.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따르면 북한은 58억톤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어 매장량만으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9위이다. 세계적인 철광석 매장량을 갖고 있으면서도 설비 노후화와 전력난으로 자체 제철소에 필요한 광석 생산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이넥스 공법으로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와 천연흑연 같은 지하자원 수입은 물론 북한의 인프라 구축 사업, 북한 제철소 재건, 자원 개발 사업 등 철강업에 대한 투자 부분에서 포스코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용해 쇳물을 양산하는 기술로 원료 전처리 공정이 생략된다는 특징이 있다.

남북경협 사업 채비에 분주했던 현대제철도 “현재는 남북 관계와 북미간 상황 등을 다각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남북 철도 연결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철도레일을 만드는 유일한 업체로 봉형강 및 철근 등 대형 건설자재 공급 이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제철이 북한 철도 사업을 맡아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이 착수되면 레일 수요가 10만톤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선양에 축구장 14개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설립하는가 하면 유럽-중국 노선에서 철도, 트럭을 이용한 국제복합운송서비스 ‘유라시아 브리지 서비스’로 남북경협 사업에 공을 들여온 CJ대한통운 역시 “북한 육로가 열리면 북방 물류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돼 정보수집과 동향 체크 등을 통한 사업참여 기회를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남북 사이 철로가 이어진다면 한반도, 중국, 시베리아, 몽골을 관통하는 물류 벨트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이자 개성공단 개발사업권자 현대아산이 속한 현대그룹은 남북간 경제협력 가능성을 두고 차분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5월 남북경협 TF를 꾸리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각종 사회간접자본 지원 등 관련 동향을 수집하고 있다. TF팀은 현정은 회장을 중심으로 전략기획본부장, 아산 대표 등으로 꾸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다"며 "안건 방향에 따라 기존 사업 계획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북경협 분위기가 잠잠해지며 TF의 운신 폭이 크지 않다”며 “그렇다고 남북관계 특성상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어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 위주로 차분히 전략을 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