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거래소가 ‘시장 교란’ 혐의로 메릴린치 서울지점과 미국 증권사 시타델의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앞서 골드만삭스의 반복적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어느 정도 수위의 처벌이 이뤄질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규율위원회를 열어 메릴린치에 대해 제재금 또는 주의·경고 등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오는 19일 시장감시위원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메릴린치는 미국 시타델증권의 초단타 매매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이번 초단타 매매가 거래소 시장감시 규정 제4조(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 금지)의 '특정 종목의 시장수급 상황에 비춰 과도하게 거래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오해를 유발하게 할 우려가 있는 호가를 제출하거나 거래를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한편 거래소는 시타델증권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에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상 시장교란 혐의로 불공정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잠정적인 판단이다.

초단타매매는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종목에 대량 주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내린 뒤 매도하고 빠져나가는 형태의 매매를 지칭한다. 작년 한 개인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메릴린치가 현재 매도 호가창에 매도물량을 무더기로 쌓아둬 개인투자자를 위협한 뒤 그 아래 호가에서 다시 매수를 반복하고 이후 약간의 주가 상승시 무더기 매도를 반복하는 식으로 호가창 교란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선을 모았다.

시타델증권은 지난 2001년에 설립된 회사로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영국 런던을 포함해 토론토, 홍콩, 상해 등에 지사를 둔 글로벌 증권사다. 직원수는 약 1400명 수준이며 주식, 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 채권판매 등을 주된 업무로 영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감독당국은 불법 공매도 협의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골드만삭스 자회사 골드만삭스인디아인베스트먼트(GSII)에 과태료 7200만원, 외국 자산운용사인 ‘OLZ AG, Kepler Cheuvreux S.A.’에 4800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GSII는 “직원 실수로 투자 정보를 잘못 입력했다”고 해명했으나 금융감독원은 GSII의 내부통제가 미비하다고 판단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당국의 칼날이 날카로워진 만큼 이번에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시세조정행위는 여론에도 큰 영향을 주는 관심사항”이라고 지적하면서 “거래소와 금감원이 최근 허위공시,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등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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