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뜨거웠던 축제는 끝났다. 이왕이면 한국의 우승으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열심히 싸운 한국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셌다.

6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이 우크라이나에게 1-3로 패했다. 대회 첫 결승에 올라 대회 첫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비록 첫 우승의 꿈은 무산됐지만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성과는 놀랍다. 16강 진출조차 불투명했던 예선리그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았고, 이후 이어진 16강 토너먼트에서는 숱한 고비를 헤치며 강팀들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그리고 조금 아쉽지만 값진 준우승으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

그런데 한국이 이날 결승에서 패한 뒤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 초반 이른 시간 이강인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리드를 잡고도 역전패를 당한데다, 그 과정에서 실수하거나 제 몫을 못한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점의 빌미가 된 파울을 범하고 패스 미스를 한 수비수 김현우,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제 역할을 못하고 부진했던 김정민에게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 사진=FIFA U-20 월드컵 홈페이지


물론 다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축구란 그런 거다. 경기 후 정정용 감독은 패배의 책임을 전적으로 감독인 자신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동안 미드필더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호진 대신 김정민을 기용한 이유도 분명히 밝혔다. 수비와 중원의 연계를 두텁게 해 공간을 잘 내주지 않는 우크라이나를 깨기 위해서는 '질 좋은 패스'를 할 능력이 있는 김정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정민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정정용 감독이 구상했던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고, 실수도 나왔으며, 김정민은 기대보다 못했다. 솔직히 전력 면에서 우크라이나보다 한국은 열세였고, 최선을 다해 뛴다고는 했지만 결승까지 오는 힘든 여정으로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선수 한두 명 탓에 놓친 우승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이 우크라이나 대표팀에 진 경기였다.

이번 대표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 팀'이었다. 숱한 고비를 '원 팀'으로 헤쳐나왔고, 4강 신화 재현과 결승 진출 기적도 '원 팀'으로 일궈냈다. 그리고 '원 팀'으로 뛴 결승전에서 졌을 뿐이다.

만 20세도 안된 젊은 선수들이다. 향후 10년 이상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사상 첫 준우승이라는 칭찬 받아 마땅한 결과도 냈다. 실수 한두 번 했다고, 기량 발휘를 좀 못했다고 특정 선수 기죽이는 비난을 할 상황도 시점도 아니다.  

한국 대표선수들은 매번 경기를 치를 때마다 "그라운드에 뛰든 벤치에 있든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주전-후보 구분없이, 개인 실력차와 상관없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준우승의 아쉬움 속에서도 선수들은 누구를 탓하기보다 서로 격려하며 함께 고생해온 소중한 순간들과 동료애를 가슴에 담았다.

많은 감동과 행복한 추억을 안겨준 2019 U-20 월드컵 한국대표팀에는 따뜻한 박수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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