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퇴직연금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등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하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매년 10%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규모가 200조원에 가까워진 퇴직연금시장이 금융지주회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시장을 둘러싼 금융지주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포문을 연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최근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 사업부문은 내달 1일부터 손실이 날 경우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방향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기로 해 시장의 집중시켰다. 

   
▲ 사진=연합뉴스


신한지주의 ‘대표선수’인 신한은행은 퇴직연금과 관련된 그룹의 전략을 최전방에서 구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적립액 19조원으로 은행권 1위 연금사업자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계좌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수수료 면제, IRP 10년 이상 장기 가입 고객 할인율 확대, 연금방식으로 수령시 수수료 감면, 사회적 기업 수수료 50% 우대,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30억원 이하 기업과 IRP 1억원 미만 고객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머지않은 시점에 퇴직연금 전용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금융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사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면서 “고객의 접근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온‧오프라인의 퇴직연금 전용 플랫폼 등을 개발해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도 퇴직연금시장 경쟁에 나섰다. 대표 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은 지난 17일 연금자산관리 전용 플랫폼 ‘하나연금통합포털’을 출시했다. IRP와 관련 사항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금융정보가 제공된다. 연금자산 신규가입이나 상품변경 업무 처리도 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제공하는 각종 정보에 손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KB금융지주 역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말 자산관리(WM) 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만들었다. 이들 부서는 비대면채널에서도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그룹 통합 퇴직연금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기반의 연금자산 관리 서비스를 더욱 강화한다는 청사진을 구축해둔 상태다.

우리금융 산하의 우리은행 역시 기존 연금신탁사업단을 연금신탁그룹으로 격상시키고 IRP와 확정기여(DC)형 상품의 수익률을 높이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우리은행 퇴직연금 부서에 있던 수익률 전담팀을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로 확대·개편한다는 계획도 나와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퇴직연금시장 선점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약 190조원으로 전년도 168조 4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12.8% 커졌다. 시장이 계속 커지는 데 반해 수수료 체계 등 내부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발 빠른 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규모에 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나 수수료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면서 “주요 금융그룹들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시장상황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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