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KBS 화면 캡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15일 남한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이 아니라 귀순 목적으로 삼척항까지 접근할 때까지 해군과 해경이 몰랐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 어선은 함경북도에서 출항했으며 선박에 탄 4명 모두 민간인이었다. 또 이 어선은 삼척항 앞바다에서 기관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삼척항까지 운항해 스스로 부두에 정박한 것으로 해상판 '노크 귀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 어선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무리에 합류했다. 이어 11~12일 위장 조업을 했으며 12일 오후 9시쯤 NLL을 넘었다.

이어 13일 오전 6시쯤 울릉도 동방 30노티컬마일 해상에서 정지했으며, 오후 8시쯤엔 기상 악화로 표류했다. 이어 최단거리 육지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했고 오후 9시쯤 삼척 동방 2~3노티컬마일에서 엔진을 끈 상태에서 대기했다. 15일 일출 이후 삼척항으로 출발했으며, 오전 6시20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북한 어선은 야간에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한참을 대기한 것이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를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4년 전 북한군 병사가 야간 북측 철책을 통과한 뒤 야음을 이용해 아군 GP 인근 고지 주변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대기했다가 귀순한 사건인 일명 ‘노크 귀순’과 유사하다.

이 어선은 부두에 접안한 이후 오전 6시50분쯤 산책을 나온 한 주민이 112에 신고해 발각됐다. 신고자는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특히 북한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때 북한 주민 2명이 방파제로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신고는 강원경찰청 112상황실로 접수됐고, 상황 요원이 삼척경찰서 상황실과 관할 지구대로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동해해경 삼척파출소에도 통보됐다. 출동 요원들은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에 선원 4명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애초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진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군 관계자는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다”며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로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인민복, 얼룩무늬 전투복, 작업복 차림이었다.

이어 “주민 4명은 복장과 관계없이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다”며 “구체적인 신분은 계속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 선박이 삼척항 인근에 접근할 때 해상에는 경비함이 있었고 P-3C 초계기가 정상적으로 초계활동을 폈으나 이 선박 탐지에 제한이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삼척항에서 가장 가까운 군 초소는 수㎞ 거리에 있다.

지난 15일 오전 6시 15분쯤 삼척항 인근의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선박 모습이 1초간 2회 포착됐으나 남측 어선으로 판단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해양수산청, 해경의 CCTV(폐쇄회로) 영상에도 식별됐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은 선장 동의로 폐기했다고 발표됐으나 현재 동해 1함대에 보관되어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이 선박은 길이 10m, 폭 2.5m, 무게 1.8t으로 28마력의 엔진을 장착했으며 어구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오늘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 전반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선박이 군과 해경의 감시망을 뚫고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고, 민간인이 신고할 때까지 몰랐던 군 내부의 문책이 뒤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