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상한가 또는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례가 갈수록 감소함에 따라 정부의 증시 가격변동 제한폭 확대 조치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주가 상·하한가 폭을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가 변동 제한 폭이 '±15%'인 상황에서도 상한가 또는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례는 갈수록 줄고 있다. 결국 상·하한가 폭을 늘리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상·하한가 매년 감소…저가주 많은 코스닥시장에 집중

13일 뉴시스가 한국거래소에 의뢰해 2011년부터 현재(2014년 8월11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서 종가 기준 종목별 상·하한가 기록 횟수를 분석한 결과 상·하한가 기록 종목 및 횟수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한가 기록 횟수의 경우 ▲2011년 6113건(1279개 종목) ▲2012년 5786건(1076개) ▲2013년 3760건(830개) ▲2014년(1월1일~8월11일) 1770건(648개) 등으로 집계됐다.

또 하한가 기록 횟수는 ▲2011년 2283건(810개) ▲2012년 1572건(549개) ▲2013년 1101건(412개) ▲2014년 433건(230개) 등으로 조사됐다.

시장별로 상·하한가 기록 종목을 비교했을 때 코스닥 종목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대형주 위주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상·하한가 기록이 없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한 번이라도 상·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638개(63.92%) ▲코스닥시장 1059개(90.74%)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코스닥시장에서 한 번이라도 상한가나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의 비중은 각각 45.58%, 44.54%로 유가증권시장의 29.83%, 15.03%보다 높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격제한폭을 확대한다고 해서 특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중소형주의 경우 변동성만 키워 투자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반면 대형주 같은 경우에는 상한가나 하한가를 치는 경우는 10년에 한 번도 없는 만큼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우선주·테마주가 롤러코스터 단골 종목

한편 상·하한가 기록 상위 종목에는 우선주와 테마주들이 대거 포진돼 있었다.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우선주는 11개(55%)를 차지했다.

2011년부터 상·하한가 기록 건수가 가장 많은 종목은 '벽산건설우'로 109건(상한가 79건, 하한가 30건)을 기록했다. 현재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가 내려진 벽산건설도 총 86건의 상·하한가를 기록했다. 그동안 인수합병(M&A)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벽산건설은 자본 전액잠식으로 상장 폐지됐다.

우선주 중에서는 ▲한신공영우(100건) ▲세우글로벌우(91건) ▲진흥기업우B(85건) ▲진흥기업2우B(83건) ▲동양철관우(83건) 등이 상·하한가 기록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HMC투자증권 김정호 연구원은 "거래량이 적고 유동성이 부족한 우선주의 경우 단기자금이 조금만 들어와도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가격제한폭이 있더라도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거래량이나 시총, 주주 수가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선주를 상장폐지하는 '우선주 퇴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종목 가운데 한신공영우, 세우글로벌우, 동양철관우 등이 상장주식수 미달로 증시에서 퇴출됐다.

아울러 '황우석 테마주'인 디브이에스(100건)와 이른바 '카메룬 다이아몬드 스캔들'로 파문이 일었던 자원개발 테마주 '씨앤케이인터'(85건) 등도 주식시장에서 급등락을 되풀이했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써니전자(75건)와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제약(69건)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 급등락을 밥 먹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