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타자 제이콥 윌슨이 강렬한 데뷔전을 치렀다. 세 차례 타석에서 모두 출루했고, 동점과 역전을 이끌어내는 결정적인 역할도 해냈다.

아수아헤 대신 롯데가 영입한 내야수 윌슨은 19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되자마자 이날 한화 이글스와 대전 원정경기에 출전했다. 선발 명단에서는 빠졌으나 대타 투입 후 1루 수비를 보며 3차례 타석에 들어섰다.

윌슨은 100% 출루했다. 5회초 2사 1루에서 2번타자(1루수) 정훈 대신 대타로 첫 타석에 들어서 한화 선발투수 서폴드와 7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갔다. 이후 상대 폭투로 2루까지 진루했으나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아 득점하지는 못했다.

1루 수비로 투입된 윌슨은 롯데가 2-3으로 뒤진 8회초 무사 1루에서 두번째 타석을 맞았다. 바뀐 투수 이태양을 상대한 윌슨은 이번에도 7구까지 간 끝에 볼넷을 골라 무사 1, 2루 찬스를 이어갔다. 이후 이대호의 동점 3점홈런이 터졌고, 윌슨은 득점을 하나 올렸다.

5-5 동점으로 접어든 연장 10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세번째 타석에 들어선 윌슨은 한화 5번째 투수 박상원을 상대했다. 이번에는 1볼 후 2구째에 기술적인 밀어치기로 깔끔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다음 타자 전준우가 역전 2점홈런을 날렸고, 윌슨은 또 득점을 올렸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이날 경기는 롯데의 7-5 역전극으로 끝났다. 8회 동점 스리런을 친 이대호, 연장 역전 투런을 날린 전준우가 승리의 주역이었다.

양상문 감독을 비롯한 롯데 코칭스태프를 더욱 흐뭇하게 한 것은 윌슨의 활약이었다. 이날 오전에야 비자 업무를 마무리짓고 일본에서 부산으로 넘어온 윌슨은 곧바로 대전으로 이동해 선수단에 합류했다. 몸도 피곤하고 전혀 낯선 곳에서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과 승부를 벌였는데도 윌슨은 침착했고 안정적이었다. 

대개 교체 외국인선수들이 처음부터 뭔가 보여주려고 과한 의욕을 보이는 것과 달리 윌슨은 타석에서 공 1개라도 더 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서폴드와 이태양을 상대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7구 승부를 벌인 끝에 사구, 4구로 걸어나간 장면. 연장 10회 큰 것 욕심 내지 않고 컨택 위주의 타격으로 안타를 신고한 장면. 모두 칭찬 받아 마땅했다.

이날 윌슨이 5회 대타 투입 후 계속해서 수비까지 보며 더 많은 타석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멀티 수비 능력 덕분이었다. 3루수가 주 포지션이고 1루수도 가능한 윌슨은 정훈 대신 1루수로 투입돼 별다른 흠 없는 수비력도 선보였다.

경기 후 양상문 감독은 "윌슨이 첫 경기였는데에도 공을 많이 보고 타석에서 침착해서 좋았다"고 칭찬했고, "수비에선 1루수와 3루수, 공격에선 3번 또는 5번 타자가 좋아 보인다"며 윌슨 활용법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롯데는 여전히 꼴찌지만 4연승을 달리며 9위 한화에 1.5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성적 추락의 돌파구로 외국인 선수 2명 교체(아수아헤→윌슨, 톰슨→다익손)를 단행한 롯데가 다익손의 첫 경기 호투와 윌슨의 첫 경기 분발로 일단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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