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트코인(가상화폐)은 무섭고, 상‧하한가에 묶여있는 국내주식은 답답하고…. 그 사이에 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게 해외주식, 그 중에서도 미국주식이죠.” (20대 해외주식 투자자 A씨)

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최근 해외주식 투자에 재미를 붙여 하루 종일 모바일 주식거래 시스템(MTS)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나 IT 쪽에 관심이 많아 넷플릭스와 애플을 ‘관심종목’에 넣어뒀고, 최근 크게 흥행한 영화 ‘알라딘’의 개봉 전에 디즈니 주식을 사놓아 적지 않은 수익을 내기도 했다. 가상화폐 투자는 해본 적이 없지만 해외주식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A씨의 말이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편하게 해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자 20대 젊은 투자자들이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던 20대들은 국내 주식보다는 해외자산 투자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이러한 수요에 응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20대들이 해외주식 투자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가 자사의 해외주식 투자 고객 3만명을 조사한 결과 20대 투자자는 지난달 말 현재 1만 734명으로 전체의 3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수입이나 투자 민감도 측면에서 통상 20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 받는 30대(31.6%)보다도 높았다.

5년 전의 조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국내의 투자환경이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말에 진행된 조사 결과를 보면 해외주식 투자자들 중 가장 높은 비중은 40대가 차지했으며 그 비중은 33.6였다. 그 뒤로 30대(29.8%)와 50대(15.7%)의 순서가 이어졌고 20대의 비중은 10.1%에 지나지 않았다.

5년 사이에 해외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면서 20대들의 관심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들어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터넷 환경에 친숙한 20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한금투 등 국내 증권사들은 단가가 큰 주식을 쪼개서 살 수 있는 ‘소수점 구매’ 서비스나 적립식 서비스 등을 지원하며 투자자들의 수요에 부응했다.

최근 2~3년간 ‘광풍’ 수준으로 불었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의 경험 역시 20대들을 크게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질서나 기득권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20대들에게 비트코인은 ‘투자’라는 것의 묘미를 알려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해외주식의 경우도 20대들 사이에서 ‘핫’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한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해외주식 중에서도 20대의 경우 미국 투자 비중이 93.0%에 달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뉴스로만 봐왔던 유명 기업들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20대들의 투자종목을 보면 가장 많은 투자자가 애플을 선택했고 스타벅스, 넷플릭스, 디즈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도 인기 종목 명단에 들었다. 친숙한 우량종목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세대인 20대들의 투자패턴은 국내 증권사들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20대들이 ‘큰 손’이 되는 10년 후, 20년 후의 투자환경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국내 증권사들로서는 금융소비자들의 수요를 민감하게 파악해야 하는 기회이자 위협의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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