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 세력, 혁신·노력 통해 나온 성공 자체를 부정"
"CEO, 근로자와 다른 노동 시장 속해있어 비교 불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1:10운동본부가 최고임금위원회 도입을 위한 국민청원운동을 시작하자 '육체 노동 뿐만 아니라 정신 노동도 노동'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라이더유니온·알바노조·알바연대·청년정치공동체너머·투기자본감시센터·평등노동자회 등으로 구성된 1:10운동본부는 지난 19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국회의원·대기업 CEO의 연봉이 과책정 돼있어 부의 공정한 분배 방안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부는 "대기업 CEO들은 기업가치가 폭락하거나 감옥에 다녀와도, 그저 숨만 쉬어도 수백억을 받아간다"면서 "지난해 이웅렬 전 코오롱 그룹 회장은 연봉이 456억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78억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89억원으로 각각 최저임금의 2474배, 420배, 480배에 넘는 돈을 받아 갔는데, 도가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돈을 쌓아놓고도 매년 수십, 수백억의 연봉을 수령해간다"며 "임금 최하선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있)듯 최고선도 정해 사회 격차를 줄여가기 위해 최고임금위원회 도입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번 최저임금 협상부터는 얼마를 주면 노동자가 먹고 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회의 부를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지를 협상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전제이고, 최저임금의 본래 도입 취지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은 퇴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19일 라이더유니온·알바노조·알바연대·청년정치공동체너머·투기자본감시센터·평등노동자회 등으로 구성된 '1:10운동본부'가 청와대 분수 앞에서 최고임금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주장에 임금은 생산에 대한 대가이며, 임금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임금이란 △노동생산성 △자본의 기여 △총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생산성에 대한 기여분을 가격으로 매긴 것"이라며 "좌파들이 선망하는 스웨덴에서 시행했다가 가난한 나라가 될 것 같아서 폐기한 제도인데, 이를 주장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좌익 세력은 부(富)를 많이 가져간다는 것을 머리 싸매고 펜대 굴려가며 짜낸 혁신이나 노력 내지는 정신 노동의 대가로 생각하지 않아 '성공' 자체를 부정한다"며 "대기업 총수들도 망하는 건 구멍가게 사장들과 마찬가진데, 사업 성공한 회사들 중에서나 수백억대 연봉 수령이 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저소득층과 극빈층인데, 상류층에 대한 비뚤어진 프레임에 갇혀 이 같은 주장이 나온다"면서 "경영 능력자는 굉장히 희소하기 때문에 기업 CEO와 일반 근로자는 완전히 다른 노동 시장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같은 수준에서 급여를 비교하는 것엔 무리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프로 선수들에게 임금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하면 납득할 사람이 없듯, 기업 CEO들에게 급여를 얼마 이상 주지 말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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