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외교안보부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유람’과 같았던 해외순방”으로 회자된 데 이어 기업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오찬을 주재하면서 “대통령이 해도 민감한 일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20일 친(親)여성, 친(親)가족 정책에 호응해 사회적 공헌을 한다는 명분으로 10여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오찬을 했다.

청와대는 처음 김 여사의 오찬 행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권 때 국정농단 사건을 의식해 공식 행사 외에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꺼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가 이례적으로 기업인들과 비공개 오찬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부정적인 반응이 주롤 이뤘다. 

김 여사는 당시 기업인들에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격려하면서, 지난주 북유럽 국빈방문 때 남성 육아휴직자들과의 간담회 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한 바 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오찬을 공개하지 않다가 일부 언론보도가 나가자 당일 저녁에야 사실을 공개하며 “사회적 가치 제고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격려하고, 사회공헌이 더욱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소외되고 좌절하던 사람들이 따뜻한 손길로 용기와 희망을 얻도록 기업이 사회적 가치에 책임 의식을 갖고 노력해줘 감사하며, 사회공헌이 더욱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영부인이 할 역할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부인이 할 역할이라면 소외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만날 일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영부인이 나선 모양이 됐다.

김 여사의 기업인과의 회동이 논란이 되는 것은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것 외에도 지금과 같은 국회 파행의 장기화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노력이 없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맞물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청와대의 노력이 편파적인 것에 대한 실망과 분노 때문으로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해야 할 때에는 국회가 할 일이라며 여당에게만 미뤘으면서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이 왜 기업인들과 회동하는 민감한 행보에 나서냐는 비판이다. 

문 대통령과 상의 끝에 이뤄진 김 여사의 행보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담기지 않을 수가 없다. 대기업들은 그저 청와대에서 밥 한끼 잘 대접받고 왔다고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북유럽 국가의 기업처럼 사회공헌을 잘 하지 못한다는 훈계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재 문재인정부에서 ‘재벌’을 ‘죄인’처럼 매도하고 한국산업이 규제와 반기업정신에 갇혀 있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는 사실 기업가 정신이 잘 발휘되기 어렵다. 성공한 기업의 자부심이 존중받아야 사회공헌도 우러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가 ‘누구처럼 하라’고 종용해서는 좋은 풍토로 정착되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에 대해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논란이 인 것도 단순히 노르웨이 방문 이틀 일정 중 하루를 꼬박 풍광 좋은 베르겐에서 보내면서 피오르의 비경을 본 뒤 ‘그리그의 집’에서 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순방 때마다 유명 관광지를 들렀다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국내 경제침체 속에서 대기업 노조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청와대는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강성노조 문제도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꽉 막힌 국회 상황에서 강원 산불피해 지원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데다 2017년 포항지진 피해자들이 아직까지 텐트에서 생활하는 등의 답답한 현실 때문일 것이다.  

잊을 만하면 대통령 부부의 ‘한가한 일정’이 국민들의 실망과 비판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문재인청와대는 과거사 문제 외 현실 문제에서는 공감대를 얻는 것에 역부족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북유럽 순방 중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훔레고든 공원에서 육아휴직 중인 스웨덴 남성들과 인사하고 있다. '라떼파파'는 남성 육아휴직이 일반적인 스웨덴에서 유모차를 밀면서 커피를 들고가는 아버지를 일컫는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