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바이오업체들에 대한 상장을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는 한편 신규상장 회사들에 대한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함께 발표해 업계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의 상장 편의성을 봐줌으로써 ‘생색’을 내놓고 막상 기업공개 이후에는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있어 상장준비 기업은 물론 주관사인 증권사들의 긴장감도 제고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13일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며 상장준비기업들의 ‘회계 투명성’ 제고에 나섰다. 이번 방안에는 상장준비기업 회계감독 과정을 상장 주관사와 거래소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편안이 포함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것은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들의 책임을 명시한 부분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상장주관을 담당하는 증권사들은 해당기업의 재무제표 적정성 확인 시점에 중요사항이 허위로 기재되거나 누락되지 않았는지 직접 알아내야 한다. 이후 문제가 없으면 이를 한국거래소에 넘겨 거래소가 제무제표 관련 확인 내역의 적절성을 확인하게 된다. 

달라진 부분은 주관사가 해당 기업에 대한 주요 사항을 ‘직접 알아내야’ 한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상장준비기업이 직접 기술한 내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졌지만 개편안에선 증권사들에게 책임을 더 지웠다. 이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회계 관련 중요사항이 허위 기재됐거나 누락 사항을 적발하지 못하면 주관 증권사가 제재를 받는 등 부담이 한층 무거워졌다. 현재 20억원 수준에서 형성된 과징금 한도 역시 대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금융당국이 이렇게 엄격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으로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상장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움직임을 같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회계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바로 그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어느 행사장에서 “이르면 내달쯤 바이오 업체의 상장 규제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맥락에서의 ‘규제 차등화’는 바이오 업체들에 대해서는 상장이 좀더 용이해지도록 배려하겠다는 의미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두 가지 상반된 시그널을 동시에 던진 것으로 받아들이며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회계 관련 문제로 논란이 된 코오롱티슈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전부 바이오 기업”이라고 전제하면서 “현 시점에서 회계 감독을 강화하면 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심사기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바이오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얘길 동시에 하니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이번 회계감독 강화가 결과적으로는 상장주관사들을 옥죄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지침대로 따라갈 경우 결국엔 상장주관 증권사들의 책임만 무거워질 것”이라면서 “당국이 더 많은 바이오 업체들을 상장시키는 ‘업적’을 남기는 동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증권사들에게 ‘철퇴’가 내려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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