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미 정상이 마주서는 일이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한가운데에서 만나 북한땅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남측지역으로 내려오는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동을 제안하는 트위터 글에서 “2분 만남”을 언급했지만 막상 북미 정상은 자유의집에서 단독으로 회담했고, 공개 모두발언까지 포함해 그 시간만 무려 53분간이다. 

회담은 북미 정상간에 이뤄졌지만 자유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환영하고, 배웅했다.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최근 북한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은 필요없다고 비방했지만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만나 웃으며 악수했고, 돌아갈 때에는 포옹도 했다.

북미 정상간 회동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 앞에서 “2~3주 내 양측이 실무팀을 구성하면 협상이 바로 시작될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그 작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도 30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미 간 실무협상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외무성이 될 것”이라며 “7월 중순쯤 실무협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그동안 협상팀에서 폼페이오 장관 교체를 주장했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한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측 협상팀을 고르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누가 미측 협상팀을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엄연히 당신이 선택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미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동의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북한 매체는 1일 전날 있었던 남북미 정상 회동에 대해 가감없이 상세히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했다”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조미(북미) 두 나라 최고 수뇌(정상)분들께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서로 손을 마주잡고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적대와 대결의 산물인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에서 북남조선(남북한)과 미국의 최고 수뇌들이 분단의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은 전 세계를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하였다”며 “오랜 세월 불신과 오해,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간직한 판문점에서 화해와 평화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조미 최고 수뇌분들께서는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나가며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나가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재개하고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북미 정상 회동과 관련해 “생산적인 대화를 재개했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북미 실무협상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은 하노이회담의 ‘노딜’을 교훈삼아 재개된 것인 만큼 핵심인 비핵화를 어떻게 풀어갈지 해법에 관심이 쏠린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굉장히 포괄적인 딜을 추구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볼 때 비로소 북미 간 비핵화 정의에 대한 합의부터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간 비핵화 정의에 대한 합의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대략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한 셈이 되므로 그 이행에 있어서는 미국도 단계적 수순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알파(+α)에 동의할지도 여전히 관문으로 남는다. 

하노이회담 결과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내어줄 상응조치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빅딜’을 요구해온 미국이 ‘단계적 이행’을 수용한다면 하나의 양보를 함 셈이므로 북한도 기존 영변 핵시설 +α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이 여전히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확인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펼쳐질 실무협상에서도 북미 간 기싸움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북한의 협상팀이 새롭게 바뀐 만큼 이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언젠가 해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언젠가는 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협상을 진행하다보면 해제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몇 달간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연성을 드러내면서도 보텀업 헙상에 대한 전환을 알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연내로 못 박은 협상 시점을 맞출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바란다고 언급했다.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평양 혹은 워싱턴에서 열릴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북미 실무협상이야말로 북한의 핵포기 의사가 판가름 날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