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무파업 폭스바겐 무노조 벤치마킹해야, 과도한 임금인상요구 회사존립 어렵게 해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현대차노조의 고질병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4만7000명의 노조원을 거느린 현대차 노조가 지난 1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정했다. 3년 연속 노조파업을 이어가게 됐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는 것을 파업이유로 내걸었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임금 15만9614원 인상, 60세까지 정년 연장,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등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원 1인당 연봉 9000만~1억원을 받는 귀족노조의 요구답게 탐욕스런 요구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면 회사는 수조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강화를 위한 투자확대에 부심하고 있는 현대차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노조는 지금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직면한 위기를 엄중히 봐야 한다. 결코 파업에 돌입해서 공장라인을 세울 때가 아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요구로 회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회사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돌입하면 노조원들의 소중한 일자리도 위협받는다. 국내생산규모를 계속 줄일 수밖에 없다. 노조가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다 더욱 큰 것을 잃게 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끝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하계 파업투쟁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경쟁력 강화방안에 힘을 모아야 한다. 오죽하면 윤갑한 사장이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로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한계점에 와 있다”고 하소연했겠는가?  윤사장은 "노조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회사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고 한탄했다. 노조는 지난해 파업을 벌여 12만이상 생산손실을 초래했다. 손실액도 1조2000억원이나 됐다.

노조는 지금 과격한 하투에 허비할 때가 아니다. 고통분담을 통해 무파업의 신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와 제조업을 생각한다면 현대차노조의 성숙한 협상자세가 필수적이다. 일본 도요타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도요타 노사는 올해 임금을 2700엔(2만7000원) 인상키로 했다. 6년만에 상징적으로 인상한 것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성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노조의 협조를 당부했다. 도요타의 올해 영업이익은 무려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노조가 또 파업을 결정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직면한 내우외환을 엄중하게 직시해서 무파업 고통분담의 협상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회사경쟁력을 갉아먹고, 일자리마저 위태롭게 한다. 현대차 노조 홍성봉 수석부지부장(왼쪽 세번째)이 15일 전날 실시한 파업찬반투표의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미국 채터누가에 있는 독일 폭스바겐공장 노조원들도 지난 2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미자동차노조(UAW)에 가입하려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노조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했던 미국 GM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현대차노조는 해외 경쟁자동차업체들의 상생과 협력자세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사노조들은 과도한 임금인상요구를 자제하고 있다. 회사경쟁력강화와 생산력확대 등 성장에 힘을 모으고 있다. 회사가 커지고, 실적이 좋아야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원화절상(환율인하)으로 2조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3.3%나 감소한 수치다. 원고추세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환율쇼크가 현대차 경영에 주름살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비슷하게 영업이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연간 800만대를 생산, 판매하는 현대차, 기아차의 해외 수출비중이 85%가 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도 리콜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만 최근 130만대를 리콜했다. 국내에서도 연비과장 논란으로 싼타페 고객들에게 대당 40만원의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하면서 리콜 등 예기치 않은 악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도 심상찮다. 중국정부가 외제차에 대한 반독점가격 규제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연 105만대를 생산하고, 추가로 충칭과 창저우에 연산 60만대를 지으려는 현대차와 기아차에겐 중국의 외제차 가격규제는 예사롭지 않은 악재다.

현대차의 최대 적수인 일본차들은 엔저를 바탕으로 다시금 비상하고 있다. 도요타는 세계최대 자동차업체로 재등극했다. 수년전 미국에서의 브레이크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를 극복했다. 일본 아베총리는 도요타를 적극 돕고 있다. 아베는 취임이후 노골적인 엔저정책을 구사했다. 아베는 도요타 등 일본제조업이 부활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도요타는 올해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고, 혼다 닛산 등도 수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원화절상으로 비상에 걸렸다. 일부 차종은 현대차 가격이 도요타차종보다 비싸졌다. 현대차의 오랜강점인 가격경쟁력이 주요수출시장에서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도요타는 엔저로 펄펄 날고, 현대차는 원고로 비상이 걸리고...한일의 간판 자동차업체간에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내수시장도 심상치 않다. 독일 BMW 벤츠 등 외제차들의 판매확대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판매량은 올해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도 15%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안방수성에도 전력투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노조가 한가하게 파업투쟁과 과도한 임금인상에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현대차노조는 생산성을 넘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이 회사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일자리마저 위협한다는 점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고비용저효율구조가 장기화하면 현대차 경쟁력은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 노조는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는 도요타노조처럼 무파업, 임금동결 등 획기적인 고통분담을 통해 회사가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협력업체들도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된다. 일부 소규모 협력업체들은 매출감소로 부도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2차, 3차, 4차 협력업체 등 영세업체들이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경훈 노조위원장은 2009년부터 지난 2011년까지 3년간 무파업 임단협을 주도했다. 지난해 11월 노조위원장에 다시 취임한 이 위원장이 노사가 공존하는 타협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통상임금문제를 빌미로 강경파에 밀려 극력투쟁으로 돌아서는 것은 노사 모두를 공멸케 하는 것이다.

이위원장은 도요타 노조위원장보다 더욱 슬기로운 협상력을 보여줘야 한다. 아름다운 합의를 이뤄 국민들에게 모처럼 희망을 줘야 한다. '귀족 노조의 탐욕'이란 국민적 불신을 걷어내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현대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협상자세를 가져야 한다.  노사가 모두 사는 임단협합의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대차는 올해 중요한 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 한전부지 매각입찰에 참가해 100층이상의 그룹컨트롤타워를 짓는 프로젝트가 두드러진다. 그룹컨트롤타워는 현대차의 중장기 경쟁력강화에 무척 중요한 사업이다. 노사가 합심해서 그룹차원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노조가 이런 때에 회사를 어렵게 하는 파업사태를 벌이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