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보복·갈등’ 불확실성에 핵심산업 흔들
“투자와 신산업 추진에 부담 커질 수 있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의 경영 시계가 하반기 들어 더욱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위기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이 더해지고, 제조업의 노사갈등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하반기 들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수출 주력 산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전날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리지스트(감광제),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를 결정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다.

일본이 수출 전면금지 카드를 꺼내지 않았지만 핵심 기술을 정치·경제적 무기로 사용했다는 데 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큰 제약 없이 수입해오던 이 소재들은 앞으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향후 소재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 등을 추진한다고 해도 당장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재고 소진 시점까지 이들 소재의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승인절차가 세달 가량 걸린다고 하지만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몇 달을 버틸 수 있는 재고를 보유한 제조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영실적에 고민이 큰 자동차·조선업계는 하투(夏鬪)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을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조선업의 불황이 깊어질 경우 후방산업에도 악영향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완성차 업계에서는 판매가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는 올 상반기에 초라한 성적표를 손에 넣었다. 5개사의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은 386만58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임금인상과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의 사안이 첨예하게 얽히면서 노사 양측이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갈등이 증폭될 경우 생상성 하락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 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조선업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조선업의 경젱력 제고를 위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특히 양사 노조가 반발의 강도를 높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사 노조가 물적분할 반대, 매각 철회 등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어 노사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본·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대외적으로 크다. 국내 환경도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 과거보다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노사문제도 협상 테이블이 잘 구성되지 않고, 정부가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서 갈등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업의 중장기적 투자와 신산업 추진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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