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위 조선업체 매출, 현대중·대우조선 5배 이르러
“고부가 가치선·초대형 선박 기술격차 전략 있어야”
일본 반도체 등 경제보복, 기업심사 ‘제동’ 우려
   
▲ 현대중공업이 일본 경제보복, 중국 1·2위 조선업체 합병 등 대외 이슈로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한국 조선업계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짊어졌다는 현대중공업이 일본의 경제보복, 중국 1·2위 조선업체 합병 등 대외 이슈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연내 합병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조선소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의 지난해 매출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을 합한 규모보다 5배에 달한다. 일본이 기업결합심사에서 여러 단서를 달며 합병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현대중공업은 대외적으로 시끄러운 하반기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4일 베이징 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는 지난 1일 조선소 설립 20주년에 맞춰 합병작업을 본격화했다. 

두 조선소는 증권거래소에 합병 문서와 구조조정 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관련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싱가포르 조선 전문 매체 스플래시는 “두 그릅은 6년간 합병 검토를 진행했던 만큼 올해 안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SSC는 중국 중부 조선 총국 중앙 정부의 직속 대형 국영 기업으로 중국 조선산업에서 60%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1위 조선업체다. CSIC는 직원 17만명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2위 조선사다. 두 그룹은 상업용 컨테이너, 해군 항공기 운송선, 석유 및 가스 운송 선박 등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합병 후 CSIC는 대련과 보하이 조선소를 합병하고 CSSC는 자회자 CSSC홀딩스를 조선 전문사로 특화해 한국 업체들이 주력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고용량 유조선을 비롯, 크루즈선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세계 시장 지배력을 키울 계획이다. 크루즈선은 한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진출에 실패해온 유럽 조선사들의 절대아성이다.

현대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주력하고 기술력에서 앞서 있어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 국내 조선소들의 물량을 잠식하고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건조실적을 쌓아가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위협적이란 우려다. 

지난해 CSSC 총 매출은 1144억위안(19조원), 순이익은 25억위안(4248억원) 이었고, CSIC 매출은 3530억위안(59조원), 순이익은 69억위안(1조원)으로 두 조선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는 현대중공업지주(8조666억원)와 대우조선(9조6444억원) 매출 합계의 다섯 배가량이다. CSSC와 CSIC의 수주잔량도 지난 5월 말 기준 1170CGT(표준환산톤수)로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의 수주잔량(1571CGT) 뒤를 쫓게 된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은 일본 경제보복으로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마무리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및 OLED 디스플레이 관련 수요 소재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일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중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5개 심사 대상국에 신청서를 넣을 계획이다.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자국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만큼 일본이 반대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단서를 달며 인수에 날을 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완료해 대우조선을 인수하지 않아도 손해볼 것은 없다”며 “다만 선주들은 사업장, 안전 안정을 최우선으로 꼽아 합병이 흔들릴 경우 대우조선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에서 독과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 점 등을 분명히 하며 책임감을 갖고 통과하는 데 주력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박영호 창원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대우조선이 LNG쪽에선 현대중공업보다 기술이 앞선다"며 "이럴수록 고부가 가치선, 초대형 선박 등서 기술격차를 벌리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