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홍콩에서 사상 초유의 입법부 청사(국회) 점거 시위가 진행되는 등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ELS 발행 잔액 74조원 중 절반인 약 37조원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걱정을 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사태가 계속 이어질 경우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본국에 대한 홍콩의 시위가 점점 장기화 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사상 초유의 입법부 청사 점거 시위까지 감행돼 시위가 수습 단계에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 사진=연합뉴스


이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에 목돈을 묻어둔 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ELS는 주요국 대표지수나 개별 종목 주식 2~4개를 묶어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항셍차이나기업(HSCEI, 일명 H지수) 지수는 유로스톡스50, 니케이225, 코스피200 등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 중 하나다. 그런 만큼 지수 급락시 투자자들의 금전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지난 1월 초 9761.60까지 떨어졌던 H지수는 지난 4월 1만1881.68까지 올랐다가 최근 1만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시위가 격하게 진행되는 것치고는 지수가 급락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 H지수의 ELS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 3월말 현재 ELS 발행 잔액은 총 74조 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 발행된 ELS만 해도 총 19조 8000억원인데, 이 중 H지수를 기초자산에 편입한 것은 12조 4000억원으로 전체의 62.6%를 차지한다.

현재 발행된 전체 ELS 중 거의 절반 정도가 H지수를 기초자산에 편입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쉽게 말해 ELS 발행 잔액 74조 4000억원 중에서 약 37조원 정도의 자금이 H지수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홍콩 지수 급락의 여파는 지난 2015년에 실제로 나타난 적이 있다. 같은해 4월 17일 1만 4536.67포인트까지 올랐던 H지수는 이후 8개월에 걸쳐 절반 수준인 7505.37포인트까지 급락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했던 ELS 중 약 2조원어치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해 투자자들에게는 이른바 ‘H쇼크’를 남겼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4년 전과 같은 지수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보고 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홍콩 시위가 정치적으로는 중요하고 큰 이벤트지만 아직까지는 H지수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홍콩 시위 이후 오히려 지수가 개선됐다”고 짚었다. 실제로 국회 강제 점거 시위가 일어났던 지난 2일 H지수는 전날보다 0.91% 오른 1만 981.23에 거래를 마쳤다.

그렇지만 시위가 앞으로 장기화될 경우의 상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위 규모가 더 커지고 격렬해지면 홍콩 경제 시스템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면서 “홍콩은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사용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높아 ‘유동성 엑소더스(탈출)’가 나타나면 지수에 어떻게 움직일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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