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 중 8번째로 하나금융투자의 종합금융투자사 지정을 의결하면서 전담중개 업무와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하나금투의 이번 행보를 발행어음 사업 인가, 즉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가는 전초 단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가 국내 증권사 중 8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됐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제13차 증권선물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하나금융투자의 종합금융투자사 지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5월 10일 금융위에 지정 신청을 낸 상태였다.

   
▲ 사진=하나금융투자


오는 10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만 거치면 하나금융투자는 종합금융투자자사로 정식 지정된다. 자본시장법은 종합금융투자사에 대해 ‘전담중개 업무와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합금투사가 될 수 있는 요건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약 3조 2000억원을 기록해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 현재 이 기준에 부합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등 7곳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IB로 가기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나금투가 몸집을 좀 더 키워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초대형IB 사업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해 운용할 수 있어 수익 측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를 갖고 있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밖에 되지 않는다. ‘4번 타자’가 누구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무기한 심사중단’ 사례를 없애겠다고 공언하면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등 이미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의 인가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견급 증권사 중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하고 있어 발행어음 사업신청 요건에 근접하고 있다. 단, 신한금투의 모회사 신한지주가 최근 신한금투의 유증에 앞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하기로 결정함으로서 유상증자와 초대형IB 진출 시기는 다소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하나금투가 빠르게 존재감을 과시하며 종합금융투자사 신청을 완료함으로써 업계의 풍경도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가 조만간 증자를 통해 발행어음 사업 인가 취득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산하 증권사들이 속속 초대형IB로 진출하면, 지주사 간 경쟁구도의 축 자체가 증권 계열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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