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글씨 "박살내자"…살벌한 문구들 시민들 부정적 의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수사하고 아들 이재용을 구속하라" "이건희 성매매 사건 수사하라!" "국정농단 범죄자 이재용을 구속하라!"

   
▲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사거리에 설치된 노조 현수막/사진=박규빈 기자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사거리에서 보이는 현수막에 적힌 문구다. 옆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분식회계를 통해 편법 상속을 받으려 한다며 그에 대한 구속을 촉구하는 민주노총과 민중공동행동 재벌체제청산특별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려있었다. 날짜를 보아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걸려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사거리 삼성타운 앞에 설치된 삼성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의 텐트 2개동/사진=박규빈 기자


이 현수막들 이면엔 삼성타운 앞에 '삼성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가 쳐놓은 텐트가 있었고, 바로 옆 작은 텐트엔 붉고 투박한 손글씨로 '구속', '3차 단식투쟁' '김용희 사망' 등 다소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을 법한 문구들이 적혀있었다.

   
▲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 설치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수막/사진=박규빈 기자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 앞도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노동자연대가 "현대자본 막아내고 생존권을 사수하자"며 현대중공업에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특혜·밀실매각이라며 "박살내자"는 살벌한 문구도 보였다.

'결사투쟁'을 한다며 현대중공업그룹의 매각실사를 막아내겠다는 현수막과 함께 '헐값 매각'을 규탄하는 내용의 입간판도 있었다. 한편 노조는 연간 조 단위의 이익을 내는 회사를 현대가 너무 값싸게 인수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본잠식상태였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5월 21일자로 주식거래가 재개됐다.

   
▲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수막/사진=박규빈 기자

인근 장교동에 위치한 한화그룹 본사에도 전국금속노조의 현수막들이 어지러이 걸려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라는 듯 "자식에겐 의리, 경영엔 비리, 노조는 쪼개기?"라며 "통큰 결정 내려 함께 살자"는 내용의 현수막과 "나라 지킨 방위산업 노동조합 파괴를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청계천변에 걸려있어 주변 경관과 매칭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 모씨는 "붉은 글자로 쓰인 것이 공산주의를 연상케 한다"며 "떼 쓰면 다 되는 줄 아는데, 혐오스럽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정 씨는 "단식투쟁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한다고 해서 일반 대중들이 눈하나 깜짝할 것 같으냐"며 "진짜 배고프면 저런 짓 못한다"고 힐난했다.

김 모씨는 "천막 쳐놓고 있는 거대 노총은 불쌍한 척 거지 코스프레를 하지만 실상은 그 누구보다 이재(利財)에 밝은 억대 연봉자들 아니냐"며 "여행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눈에 결코 좋게 비춰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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