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금융수장으로서의 설명이나 분석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정치인’으로서의 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 A씨)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경제제재 문제에 대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시장 안팎에서 예기치 못한 파장을 낳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영향력을 감안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괴리된 논평을 내놓았다는 비판이다.

   
▲ 사진=금융위원회


상황의 발단은 지난 5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일본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일본 자금이 은행과 기업에 공급됐는데 금융 쪽 조치 가능성에 대비해 만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최 위원장은 "최악의 경우는 롤오버, 신규대출을 안 해주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한 뒤 "2008년과는 달리 거시경제, 금융시장, 지표 모두 안정적이고 신인도도 매우 높고, 대출, 채권·자본시장 투자, 송금 제한 등 짚어봤지만 큰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직접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건 일본 쪽에서도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우리나라에 큰 영향이 없다"고 낙관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에 지점을 둔 일본계 은행 4곳의 총 여신은 18조 2995억원이다. 이는 전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 총여신(74조 3134억원)의 24.6%에 해당하는 자금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가치는 지난 5월말 기준 12조 4710억원이다. 이는 전체 외국계 자금의 2.3% 비중이다.

숫자로 나타나는 영향력 외에, 만약 일본계 자금의 유출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일어날 파급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한국은 이미 일본계 은행의 자금 회수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계 은행이 1997년 말에서 1998년 초까지 국내에서 빼낸 자금은 약 200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일본 외에 다른 나라에서 온 자금들의 추가유출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 A씨는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일본계 자금의 영향력은 다른 나라 외환이 함께 빠져나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빠져나가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한 최 위원장의 발언은 현실과는 괴리돼 있다는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업계 바깥에서도 지난주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격한 어조로 쏟아지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번 발언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일본 자금이 빠져 나가면 다른 나라 외환은 가만히 있나?”고 말한 뒤 “이런 인간이 금융위원장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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