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반도체 전략에 차질 우려…일본 무역보복 당장 대안 찾기 어려워
“핵심소재기술 개발 노력 필요…어렵지만 확보하면 오래갈 수 있어”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일본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IT 코리아’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까지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성장전략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반도체 웨이퍼를 제작할 때 사용되는 포토리지스트(감광액),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의 재고 확보에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사진=SK하이닉스

특히 물량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포토리지스트에 대한 우려가 크다. 포토리지스트의 91.9%가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칭가스는 일본산 비중이 43.9%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무역보복’이라는 칼을 뺀 상황에서 재고 확보가 쉽지 않다. 일본 소재기업들도 자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날 급하게 홀로 일본 출장길에 오른 것이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 한동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며 “이제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핵심소재 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우리의 미래반도체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초격차 전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목표료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조성이 완료되는 2022년 이후 1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정부와 삼성전자가 초점을 맞추는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7나노 공정을 앞세워 속도를 내는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량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는 EUV용 포토리지스트를 1년 내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해당 소재의 공급이 중단되면 7나노 팹 가동이 멈출 수 밖에 없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강화 전략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 육성계획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반도체 장비까지 규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산 반도체 장비 비중이 34%인 상황에서 라인 증설 등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장기적 리스크를 더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조정 등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규제가 길어질수록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여기에 안정적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소재 기술 개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생산에 어려움이 생기면 국내 경제가 받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수입하는 (반도체) 소재 의존도가 높아서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 박사는 “그동안 핵심 (소재) 기술을 확보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앞으로 무역 분쟁이 아니더라고 그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며 “(핵심 소재기술이)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지만 한번 확보하면 오래 갈 수 있고, 후발국의 추격이 쉽지 않다고”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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