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할 생각 없다고 전했다”
한국당 “檢 정치적 중립 물 건너갔다”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일컬어지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2015년과 올해, 두 차례 만났던 사실을 시인했다. 

특히 첫 만남에서는 20대 총선 출마 제의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이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검찰의 중립성 담보는 끝났다”고 지적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고 하는 양 원장을 올해 4월 만난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앞서 한국일보는 차기 검찰총장 하마평이 무성하던 지난 4월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이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4월에 만난 적은 없다. (언론 보도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오보라는 뜻”이라면서도 “지난 2월 정도 된(만난) 것 같다”고 인정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윤 후보자는 양 원장과 처음 만난 시점을 2015년으로 특정했다. 당시 만남을 시작으로 수차례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2015년 대구고검에 근무하던 시절 연말에 가까운 선배가 주말에 서울 올라가면 얼굴을 보자고 해서 식사 장소에 나갔더니 양 원장이 나와 있었다”고 회상했다.

주 의원이 ‘총선 인재 영입 과정에서 양 원장을 만난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자는 “그렇다”며 “저는 정치에 소질이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얘기했다. 2016년 (공직사퇴 시한 전까지) 몇 차례 전화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없느냐고 전화가 왔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자는 “제가 양 원장을 만난 것은 그분이 야인(野人)이던 시절이고, 출마하라는 얘기를 간곡하게 했는데 저는 거절을 했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그분이 야인이라지만, 아무래도 정치권에 연계된 분이기 때문에 저도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 검찰총장에 취임하게 되면 여야 의원님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뵙고 말씀도 들으려고 한다. 많이 유의하고 부적절한 것은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장에 참석해 있다./연합뉴스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의 만남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한국당 측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 의원은 “양 원장을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총선에서 인재 영입을 제안했고, 양 원장과 친분을 맺어왔다고 한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올해 2월 (양 원장을) 만났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국민이 인정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진태 의원도 “양 원장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검찰총장이라도 시켜준다고 하더냐” 등 윤 후보자를 압박했다. 윤 후보자가 허탈하게 웃으며 “너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하자 김 의원은 “자세가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복심을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느냐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묻는데 피식피식 웃는다. 아무 이야기도 안 할 거면 뭐하러 만났느냐”고 꼬집었다.

이은재 의원은 최근 양 원장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회동한 사실을 언급, “한쪽은 북풍을 이용해 내년 총선을 대비하겠다. 또 하나는 서슬 퍼런 검찰의 칼날 이용해서 내년 총선 앞두고 사정으로 몰아넣겠다는 의도 아니었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자는 “저는 연락을 받고 가게 된 것”이라며 “(양 원장과 만난 자리는) 어떤 중요한 것을 논할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윤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약속드린다”며 “정치적 사건과 선거 사건에 있어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하겠다.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치논리에 따르거나 타협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