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기업 총수 불러 논의…“정치적 목적 갖고 근거없는 대북제재 연결” 압박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국내 30대기업 총수 또는 CEO를 청와대로 불러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 기업이 상시 소통하고 협력하는 비상 대응체제를 갖추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와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이 상시 소통체제를 구축하고, 장‧차관급 범정부지원체제를 운영해서, 단기적 대책과 근본적 대책을 함께 세우고 협력해나가자”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단기적 대책으로는 우리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수입처의 다변화와 국내생산의 확대, 해외 원천기술의 도입 등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어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서 시급히 필요한 예산은 국회의 협조를 구해 이번 추경예산에 반영하겠다. 국회도 필요한 협력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음 문 대통령은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든,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핵심부품, 소재,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특정국가 의존형 산업구조를 반드시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늘리고, 세제와 금융 등 가용자원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만으로는 안되고, 기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대기업의 협력을 당부드린다. 부품‧소재 공동개발이나 공동구입을 비롯한 수요기업간 협력과 부품‧소재를 국산화하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정권의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를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경 발언도 냈다. 또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공조는 물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본정부도 화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정부를 향해 “더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우리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하고, 아무런 근거없이 대북제재와 연결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 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고, 당연히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으로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하고, 오히려 우리경제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오늘 우리의 만남이 걱정하시는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계에서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롯데그룹 황각규 부회장, 포스코 최정우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GS그룹 허창수 회장, 농협 김병원 회장,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KT 황창규 회장, 한진 조원태 회장, 두산 박정원 회장, LS 구자열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부회장, 대우조선해양 이성근 사장, 영풍 장형진 회장, 하림 김홍국 회장, 교보생명보험 신창재 회장, 금호아시아나 이원태 부회장, KT&G 백복인 사장, 코오롱 안병덕 부회장, OCI 이우현 부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HDC 정몽규 회장, KCC 정몽진 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해외 출장 등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