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과 회랑 연결"…계단식 토지 조성 기법도 확인
   
▲ 부여 화지산 유적 건물터와 출토된 기와 [사진=백제고도문화재단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백제 사비왕도의 이궁(離宮) 터로 거론되는 화지산 유적(사적 제425호)에서 초석 건물터 3동이 확인됐다.

부여군과 백제고도문화재단(이하 재단)은 부여 궁남지 동쪽에 있는 화지산 유적 제6차 발굴조사를 통해, 지난해 조사에서 찾은 초석 건물터 3동과 연결되는 또 다른 백제시대 건물터 3동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건물터 6동은 모두 서쪽을 보는 서향(西向)이며, 초석 형태는 원형·직사각형·사각형이다.

심상육 재단 책임조사원은 "부여에 있는 백제 건물은 대개 남북 방향인데, 화지산 유적 서사면 건물은 모두 동서 방향인 점이 특이하다"며 "서사면에 오르면 궁남지와 군수리 사지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특히 올해 조사 유적 중 2호 건물터로 명명한 유적에 주목했는데, 길이가 대략 가로 8m, 세로 5.3m인 건물터 양옆에는 1칸짜리 건물터들이 있다.

심 조사원은 "2호 건물터 좌우에 있는 1칸 건물터는 회랑일 확률이 매우 높다"며 "초석을 보면 2호 건물터는 정교하게 가공하지 않았으나, 회랑으로 보이는 건물터는 잘 다듬었다"고 말했다.

2호 건물터에서는 초석들 사이에서 건물 벽체를 조성하기 위한 시설인 고맥이가 확인됐고, 기와 30여 장이 무너진 듯한 모습으로 출토됐다.

건물터 앞쪽과 뒤쪽에는 배수구인데, 배수구에서도 많은 기와와 토기가 나타났고, 이 건물들은 경사면 암반을 L자 모양으로 깎은 뒤 수평을 맞춘 계단식 토지에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화지산 유적은 지난 2000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굴을 시작,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친 건물터와 분묘, 목책시설이 나와 사적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조사에서는 나무 삽 10여 점이 출토돼 주목받았다.

삼국사기에는 의자왕 15년(655년) '왕궁 남쪽에 망해정(望海亭)을 세웠다'는 기록이 있는데, 화지산 유적이 망해정이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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