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원TF 사실상 마비 상태…삼성 경쟁력 무너지나
주력 사업 예전 같지 않은데…해법 마련 요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거침없이 쏟아지는 국내외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김태한 사장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영진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국정농단 재판의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 제재까지 겹쳐 주력사업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경쟁사에 뒤쳐지는 것은 물론, 기존 사업의 경쟁력 유지도 담보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인재 확보, 기술 개발, 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위기를 돌파할 사업지원 T/F의 활동이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분식 회계 의혹에 발목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2일 충북 오송에서 열린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시스템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3대 신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세계 1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며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정부의 비전을 빠르고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분식 회계 의혹에 발목이 잡혀 경영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에 시작된 회계 의혹 수사가 해를 넘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회계 의혹’ 이슈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 이슈로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사업지원TF 사실상 마비 상태…삼성 경쟁력 무너지나

검찰은 현재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삼성바이오의 경영진들을 잇달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는 ‘분식 회계 의혹’에서 시작됐지만, 수사가 거듭되면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승계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분식 회계를 저질렀다는 여론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는 수십여 차례의 압수수색을 당했고, 관련자들이 검찰에 소환됐다. 두 회사의 임직원 8명은 이미 구속이 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 계열사의 협업과 미래 사업을 챙기는 사업지원TF 소속 임원들이 잇달아 소환되고 2명이 구속되면서 사실상 해당 부서의 업무가 중단됐다. 해당 부서의 업무가 중단됐다는 것은 삼성전자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 창출을 전담해온 조직이 마비됐음을 의미한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숱한 위기를 겪어온 삼성은 오너를 비롯한 전문경영인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이를 돌파해 왔다”며 “그러나 지금의 삼성은 삼성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는 해당 시스템이 마비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우려했다.

주력 사업 예전 같지 않은데…해법 마련 요원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2분기 매출은 56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대비 매출 4.24%, 영업이익 56.29% 감소한 수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반기에도 주력 사업의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일본이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조치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3가지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에 나서며 ‘설상가상’이 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에서 휴대폰과 TV 등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삼성전자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강점이었다. 하지만 수출이 막히게 되면 삼성전자의 포트폴리오가 무너지게 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최근 5G와 시스템반도체 등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작되면서 삼성전자의 공급 사슬 입구가 막히게 될 위기에 처했다.

‘위기’ 돌파할 수 있도록 ‘일 하는 분위기’ 만들어줘야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스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기소가 되기도 전에 ‘유죄’로 몰며 고유한 업무 보다 ‘검찰 소환 조사’와 ‘구속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핵심 경영진들이 위기 돌파를 위해 고심할 수 있도록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은 삼성을 봐주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털 끝 하나라도 걸리면’ 구속을 각오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너지는 보도 행태가 너무 가혹하다”고 꼬집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달 미디어펜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삼성에 대한 정부의 공격은 비정상적이라고 할 정도로 무차별적이고 전 방위적이었다”며 “2016년 이후 20여 차례에 걸쳐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했고 여러 임원들이 구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라 경제가 잘 되도록 하는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지금 정부가 그 책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 수행하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해 커다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삼성에 대한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작은 죄’까지 크게 다스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시시비비는 명확하게 가리되, 삼성이 일은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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