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소비자고발'과 '먹거리X파일' 등 탐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이영돈 PD가 배우 고(故) 김영애에게 뒤늦은 사과 및 조의를 표했다. 그는 “고인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며 “늦은 걸 알지만 김영애씨께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영돈 PD는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인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고 김영애와 과거 황토팩 안전성 문제를 놓고 대립했던 얘기를 꺼냈다. 이 PD는 "몇 년 전 방송을 하다 일생일대의 큰일을 맞았다"며 "2007년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을 통해) 김영애 씨가 사업한 황토팩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는 보도를 했던 일"이라고 황토팩 건을 언급했다.

지난 2007년 10월 5일과 11월 9일 이영돈 PD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김영애 운영 회사) 참토원의 황토팩에서 나온 자철석은 제조 과정에서 유입된 쇳가루이며, 황토팩을 수출한 사실도 없다"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상당한 매출을 올리던 이른바 '김영애 황토팩'은 이 방송 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사진=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방송 캡처, '더팩트' 제공


이에 참토원 측은 2009년 9월 이영돈 PD 등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이어진 재판에서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은 이 PD가 진실로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보도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PD가 이겼다.

그러나 김영애가 2017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과거 황토팩 소송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재조명됐고, 이영돈 PD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영돈 PD는 "보도 이후 소송이 5년간 이어졌는데 고인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 나 역시 오랜 기간 괴로웠는데 사과할 시점을 잡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 PD는 "김영애씨가 돌아가셨을 때 '너 문상 안 가냐' 등의 댓글을 본 적이 있다.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면서 "늦은 걸 알지만 김영애 씨께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영돈 PD는 KBS, MBC, 다시 KBS를 거쳐 채널A, JTBC 등에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2015년 JTBC '이영돈PD가 간다'를 끝으로 4년여 동안 공백기를 가진 그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건강한 먹거리 관련 콘텐츠 제작과, 식품 생산 사업을 시작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 김영애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과거 일들을 짚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이 PD는 다시 태어나면 고발 프로그램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소비자고발, '먹거리 X파일' 등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건 일반화의 오류였다. 한 곳을 고발하면 동종업계 식당들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볼 때 그랬다. 잘못한 사람과 잘못을 분리하는 게 어려웠던 문제로 매번 괴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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