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과방위 업무보고…“국회 무시, 창피하지 않나”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결국 양승동 KBS 사장은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과방위에서는 KBS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에 대한 청와대 외압 논란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전날 ‘문자메시지’로 상임위 불출석 통보를 한 양 사장을 규탄하면서 국회 차원의 ‘KBS 청문회’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과방위는 이날 오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올해 첫 업무보고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여야 위원들은 양 사장 불출석을 이유로 약 1시간 20분가량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오전 회의에서 한국당이 양 사장 출석을 요구하자 이후 KBS가 낸 3장 분량의 입장문이 발단이 됐다.

   
▲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연합뉴스

KBS는 입장문에서 “특정 사안의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수시 출석 요구가 정당화된다면 프로그램 제작 개입으로 작용할 수 있어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며 “한국당 과방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시사기획 창’에 대해서는 자체 규정과 기준에 따라 검증작업을 벌였고, (청와대) 외압이 없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방위 소속 한국당 의원과 KBS 공영노조, 일부 시민단체 등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직권남용과 방송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라며 “이 상황에서 KBS 사장이 과방위에 출석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과방위 회의에 KBS 사장을 출석하게 하는 것은 형사사건의 고발인 해당 사건과 관련된 사람에 대해 수사와 다름없는 심문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과방위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KBS는 방송사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국회의 검열·감독을 받는 소관 기관”이라며 “소관 기관의 절차상 문제나 위법사항이 있다면 국회에서 그 내용을 보고 받고 문제를 확인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다. 국회 업무보고 요구가 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해친다면 당장이라도 출석 요구를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하라”고 반박했다.

이어 “과방위 한국당 소속 위원 전원은 KBS 사장 출석 요구가 깡그리 무시된 채 방통위의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KBS 사장이 출석한 상태의 방통위 업무보고를 다시 열어달라”며 “덧붙여서 국회법 제65조에 따른 KBS 청문회 추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노웅래 과방위원장을 향해 “위원장 자리가 KBS를 대변하고 성명서를 낭독하는 자리냐”고 몰아세웠다. “(KBS는) 일주일 전에 출석을 요구했는데,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어제 오후 5시에 (여야 간사에게 불출석) 문자를 보냈다. 이게 국회가 맞나. 창피하지 않나”라고도 성토했다.

박대출 의원도 “KBS가 사장 출석을 거부하면서 3장의 입장문을 밝혔는데, 국회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청와대 윗선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KBS 고위관계자의 당시 나흘간의 통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역 등을 공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 사장은 한국당과의 관계가 고발인과 피고발인의 위치에 놓여있어서 출석이 곤란하다는 사유를 대지만, 전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당의 청와대 보도외압 사태에 대한 고발 대상은 윤 수석이고, 양 사장은 피고발인이 아니다. ‘고발인-피고발인’ 관계가 성립이 안 된다”고 짚었다.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에서 말하는 것을 보면 KBS가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인지 같은 편의 방송인지, 청와대의 방송인지 의심스럽다”며 “KBS는 국민의 수신료와 세금, 피 같은 돈으로 운영되는데, (청와대 외압 의혹을) 밝히지 못하면 과방위는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분개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감정이 격해졌고, 끝내 박 의원과 반말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KBS사장 과방위 회의 불참 문자 통보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희경, 박대출, 김성태, 최연혜, 윤상직 위원./연합뉴스


한편, 한국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양 사장의 국회 불출석을 문제 삼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과방에서 양승동 KBS 사장을 상임위에 출석시키기로 했는데, KBS는 기획조정실장 문자 한 통으로 불출석을 통보해 왔다”며 “여당마저 합의한 출석 약속을 과감하게 뒤집는 것은 바로 청와대의 압력 때문 아니겠나”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서는 한국당 과방위원들도 성명서를 통해 “KBS가 공정성을 잃고 휘청거리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KBS 구성원들 사이에서조차도 현 경영진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며 “권력을 따라 파멸을 택할 것인지, 진실을 밝히고 선처를 청할 것인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