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국거래소가 메릴린치에 1억 7500만원 상당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16일 회의를 열어 글로벌 투자은행(IB) 메릴린치증권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알고리즘 거래를 통한 '초단타 매매'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처리한 혐의를 근거로 1억 7500만원의 회원 제재금을 부과받게 됐다고 밝혔다.

거래소 감리 결과 메릴린치증권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작년 5월 사이에 미국 시타델증권으로부터 430개 종목에 대해 6220회(900여만주, 847억원어치)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해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허수성 주문 수탁을 금지하고 있는 거래소 시장감시 규정 위반으로 간주됐다.

현행 시장감시규정 제4조는 '거래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직전가격 또는 최우선 가격 등으로 호가를 제출한 뒤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허수성 주문)를 금지하고 있다.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를 통해 미리 정해진 컴퓨터 알고리즘에 따라 단기간에 주문을 내놓는 알고리즘 거래 방식으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쏟아냈다.

고가로 허수성 매수 주문을 내놓아 다른 투자자의 추격 매수세를 끌어들인 뒤, 시세가 오르면 보유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고 이미 제출한 허수성 호가를 취소하는 방식을 반복한 것이다.

주문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자가 거래소 전산망에 직접 주문하는 직접시장접근(Direct Market Access·DMA) 방식을 사용한 점도 조사 결과 나타났다.

메릴린치는 2017년 10월부터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시타델증권의 허수성 주문을 인지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허수성 주문이 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거래소는 2017년 11월 시타델증권 계좌를 허수성 호가에 따른 감리 대상 예상계좌로 선정해 메릴린치에 통보했으나, 메릴린치는 허수성 주문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없이 이를 방치해 거래소 회원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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