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들러리만 서는 회담 안돼…국정 돌파구 마련”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까. 분수령은 오는 1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여야 5당 간 대표 회동이 될 전망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난 8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이후 줄곧 ‘신중 대응’ 기조를 내세워왔다. 잠재돼있는 ‘반일감정’만 앞세워 대응하다 보면 실질적인 피해는 국민 몫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여권이 친일 프레임으로 엮어 공세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 1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정책의원총회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


그러나 한국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정부와 국정을 공유하는 집권당이 아닌 ‘야당’이라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한일 관계라는 대외이슈에서 야당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회의론에서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회담을 하겠다고 하니 ‘우리가 얻을 게 있겠냐, 성과가 있겠냐, 들러리 서는 것 아니냐’ 등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곧 ‘청와대 회동’이 한국당의 존재감을 높일 기회라는 분석과도 맞닿는다. 야권 관계자는 “사실상 황 대표 제안에 청와대가 반응한 그림이라는 점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 지도부는 회동을 하루 앞두고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와 정책 의원총회 등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의총에서는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와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등 외교 전문가를 초청해 비공개 강연을 진행하는 등 대일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당 회의에서 “외교로 풀어야 할 일을 무역 전쟁으로 몰고 가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 정부에게도 할 말이 많지만, 우선 일본의 부당한 요구에 당당하게 맞서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려면 조속한 외교적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또 “이번 회담 통해서 국민의 아픔을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하고 잘못된 정책은 과감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촉구하려 한다”며 “들러리만 서는 회담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정을 펴나가는 데 조그만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당 대표가 일본의 통상보복에 대응하는 대응책 마련에 협조하겠다는 뜻에서 청와대에 간다”며 “우리가 의견을 모아야 한다. 반일감정으로는 어떤 해법도 이룰 수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