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K '익룡들'이 훨훨 날며 또 한 번 왕조시대를 구가할 채비를 마쳤다. 온갖 악재 속에서도 키움의 '영웅들'은 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막내팀 kt '마법사들'은 창단 첫 가을야구 참가를 향해 뛰고 있다.

반면 KIA '호랑이들'은 이빨이 빠져 사냥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한화 '독수리들'과 롯데 '거인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탈꼴찌 경쟁에 내몰렸다.

2019 KBO리그가 18일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무리하고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20일 창원NC파크에서 올스타전이 열리고, 후반기는 오는 26일(목) 재개된다.

전반기 최종 순위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1~5위에 SK, 키움, 두산, LG, NC가 이름을 올렸다. 분발이 필요한 하위 6~10 성적표를 받아든 팀은 kt, 삼성, KIA, 한화, 롯데다.

올스타전 전후로 편의상 전·후반기 구분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규시즌의 3분의 2가량을 마쳤다. 가장 많은 98경기를 치른 키움이 144경기 가운데 68.1%를 소화했고, 가장 적은 94경기를 치른 4팀(NC 삼성 한화 롯데)도 65.3%를 소화했다. 즉, 전반기 순위가 후반기에 요동칠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진=SK 와이번스


SK의 1위 독주는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의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한 탄탄한 전력의 SK는 유력한 1위 후보였고, 예상대로 승승장구하며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팀들과 격차를 이렇게 많이 벌리며 '극강 1위' 칭호를 들을 줄은 몰랐다. 2위 키움과 6.5게임, 3위 두산과 8게임 차로 벌려놓아 후반기에도 이변이 없는 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전망이다. 

SK의 1위 독주 비결은 지난해 우승 전력이 고스란히 유지된데다 '준비된 감독'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에이스 켈리가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산체스가 급성장해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그럭저럭 성적을 내던 다익손을 과감하게 방출하고 소사를 영입해 김광현, 박종훈 등과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신예 마무리 하재훈의 발굴까지 더해 팀 평균자책점 1위(3.47)를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한 것이 선두 굳히기의 원동력이었다.  

키움이 2위로 올라선 것은 상위권 판도를 변화시킨 돌풍이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SK와 두산의 양강 구도였으나 두산이 주춤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키움이 승수를 쌓아 전반기 막바지에 순위 역전에 성공했다.

키움은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고 몇몇 선수들이 각종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화수분처럼 등장하는 신예 선수들의 활약에 장정석 감독의 적재적소 용병술이 더해져 강팀으로 거듭났다. 막강한 화력, 짜임새 있는 마운드, 주전-후보 구분없는 고른 전력으로 충분히 선두권 다툼의 자격을 갖췄다.

반면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은 역대급 외국인 에이스 린드블럼의 15승 활약과 새 외국인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의 맹타에도 불구, 전반기 막판 3위로 밀려나며 불안감을 던졌다. 후랭코프의 부진과 전반적인 타선의 침체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시리즈 단골 멤버의 위용이 흔들릴 수 있는 두산이다.

kt가 만년 꼴찌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중위권 싸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도 전반기 가장 주목되는 '사건' 중 하나다. 신임 이강철 감독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투타의 짜임새를 엮어낸 kt는 두산과 상대전적 8승 4패 우위를 바탕으로 '쉽게 지지 않는 팀'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장착했다. 

   
▲ 사진=kt 위즈


kt는 6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도 대단하지만 5위 NC에 불과 1.5게임 차로 따라붙은 채 전반기를 마쳤다. 어느새 5위권 도약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어 kt발 돌풍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KIA는 201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시킨 김기태 감독이 부진한 성적을 책임지고 사퇴하는 혼란 속에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한때 바닥까지 내려갔던 성적이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 이후 조금씩 반등하며 8위로 전반기를 마쳤으나 팬들의 기대치에 한참 밑돌며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후반기 대반격의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지만 5위 NC와 8.5게임 차로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KIA의 부진과 함께 한화와 롯데의 동반 몰락은 프로야구 흥행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한화는 시즌 초반만 해도 중위권에서 버텼지만 외국인 선수의 부진, 공수 엇박자가 맞물리며 6월 중순 9위로 떨어진 뒤 제자리 걸음이다. 꼴찌 추락까지 걱정했으나 '더 못한' 롯데 덕에 전반기 순위표 맨 아래 자리는 겨우 면했다. 그래봐야 롯데와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있을 뿐이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안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며 전반기 꼴찌로 전락하고 말았다. 선발과 불펜의 연쇄 붕괴로 마운드의 높이가 없어졌고, 이대호 손아섭 등 핵심타자들은 제 몫을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포수난과 허술한 수비에 양상문 감독의 다양한 실험들이 전혀 성과를 못내 반등의 계기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양상문 감독은 전반기 종료 다음날인 19일 최하위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고 말았다.

한화와 롯데는 개막 전부터 이용규와 노경은 문제로 내부에서부터 전력에 균열이 갔고 공교롭게도 성적까지 추락해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전통적 인기 구단 KIA, 롯데와 최근 열성팬을 비약적으로 늘려온 한화가 함께 하위권에서 맴돌면서 전반기 관중 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7%정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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