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은 이번 시즌 후 다시 고민에 빠질 것이다. 1년 미뤄뒀던 FA 자격으로 어떤 팀과 어떤 대박 계약을 이끌어낼 것인지 '행복한 고민'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즌 류현진이 보여주고 있는 경이로운 피칭에 탐내지 않을 팀이 없을테니까.

사실은 다저스가 류현진보다 더 큰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한국에서 온 이 '괴물 투수'를 어떻게든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홈 경기에 특히 강하다. 팀 성적을 위해서도, 관중 동원 등 흥행을 위해서도 류현진과 반드시 FA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다저스다. 

류현진이 얼마나 '다저스 맞춤형 투수'인지는 홈 경기 성적이 증명한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11승(2패)을 거뒀다. 류현진은 4안타와 사사구 4개(3볼넷 1사구)로 적잖은 주자를 내보내고 수비 실책도 2개나 나왔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1실점으로 버텨 다저스의 2-1 승리를 이끌어냈다.

   
▲ 사진=LA 다저스 SNS


이 경기 호투로 류현진의 홈 경기 기록이 더욱 좋아졌다. 올 시즌 19차례 등판 가운데 10번이 홈 경기 출격이었다. 10경기에서 류현진은 8승 무패, 평균자책점 0.89를 기록했다. 11승 2패, 평균자책점 1.76의 빼어난 시즌 성적은 이처럼 홈에서 '안방불패' 면모를 보인 덕이 컸다. 류현진은 원정경기에서는 9차례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해 안방과는 차이를 드러냈다.

류현진의 '홈 극강' 모드는 다저스 구단 역사를 통틀어서도 역대급이다. 홈에서 가장 강했던 다저스 레전드가 샌디 쿠팩스였다. 쿠팩스는 1964년 15차례 홈 경기 등판에서 12승 2패 평균자책점 0.85를 기록했다. 12경기가 완투였고, 완투 경기의 절반인 6번이나 완봉승을 따냈다.

쿠팩스가 남긴 이 어마어마한 기록에 어느새 류현진이 다가서고 있다. 현재 추세면 홈에서 12승 이상도 가능하고, 홈 평균자책점은 거의 쿠팩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투수들 가운데 다저스 홈 경기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다. 커쇼는 2016시즌 홈에서 10차례 등판, 8승 1패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커쇼의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류현진은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도 꼽힌다. 홈 경기에는 나갔다 하면 상대팀을 무력화시킨다. 주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한 팀이고 2013년부터 7년째 몸담고 있는 팀이다. 여러모로 류현진과 다저스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다저스는 류현진과 이번 시즌 후 FA 계약을 위해 얼마나 큰 보따리를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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