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양승동 KBS 사장이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미디어펜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좀 이상하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헌법과 법률(방송법 제4조)에 의거 방송에 관해서는 어떠한 외부의 힘으로부터도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출석을 두 번이나 거부한 양승동 KBS 사장 말이다. 양 사장은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와 최고경영자 사장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앞장서서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고도 했다.

일편 타당해 보이는 변(辨)에 의문부호가 붙는 것은 정황이 그렇지 않아서다. KBS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사의 대표 시사프로그램 <시사기획 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을 두고 청와대가 항의하자 예정된 재방송마저 취소됐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청와대가 허위보도라고 반발하면 재방송도 결방하는 게 KBS의 언론관이냐”고 사내망에 입장을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백브리핑과 공식 브리핑 두 번에 걸쳐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정정 보도를 요구했고, KBS는 허위보도를 한 ‘가해자’, 청와대는 허위보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윤 수석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저희는 방송이 나가는 줄도 몰랐다. KBS 누군가에게 연락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기억. 박근혜 정부 시절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외압 논란이 그것이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에 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누구든 방송편성에 관해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 2항을 판결 근거로 삼았다.

다시 양 사장으로 돌아와 보자. ‘정상적인 절차’로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는 청와대와 재방송마저 불방시킨 KBS 사이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양 사장 입을 통해 명확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를 밝혀야만 하는 게 국회의 몫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분으로 국회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양 사장이 침묵하는 사이 의혹도 증폭하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