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황병승 시인의 사망 소식에 문인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24일 오전 황병승 시인은 경기도 고양시 원당 연립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향년 49세.

경찰은 시신을 수습해 원당 연세병원으로 옮겼으며, 고인이 사망한 지 이미 보름쯤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변 시인들에 따르면 황병승 시인은 최근 우울증, 대인기피증, 알코올 의존증 등에 시달렸다.

유족은 본가가 있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병원에 빈소를 차려 장례를 치르고 문인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 故 황병승 시인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파라21'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주치의 h'외 5편의 시가 당선되며 등단한 황병승 시인은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육체쇼와 전집' 등 시집을 남겼다. 2010년 제13회 미당문학상, 제11회 박인환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던 당시 성추문에 휩싸였다. 고인이 서울예대 강사 시절 제자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언어폭력을 가했다는 폭로 때문이다. 이후 황병승 시인은 자숙의 뜻을 밝히고 자택에 칩거해왔다.

황병승 시인의 부고가 전해진 이날 박진성 시인은 "이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황병승이라는 시인은 '성폭력 의혹 제기'만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됐고, 생업이 끊겼고, 지인들과의 연락도 끊겼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자신의 무고를 입증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면서 "우리가 한 시인을 죽인 것이고 한 시민을 죽인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죽음을 두고 문인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조동범 시인은 "아무도 그의 죽음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조롱과 멸시의 언사는 더더욱 안 된다"고 당부했고, 정병근 시인은 "아, 이렇게 간다는 말인가. 가면 된다는 말인가. 이 사람아, 황병승 시인, 이 사람아. 너무 가슴이 아프네. 비통하다는 말조차 하는 것인가. 명복을 빌기엔 내 말이 가볍네. 그만 쓸모없는 별이 되었네. 병승아, 이 사람아"라고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신승철 소설가는 "내게는 공손하고 수줍어하던 예대 문창과 후배였는데 그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다"면서 "울컥울컥해지는 게…왠지 서럽다"고 추모했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