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은 때론 무모해 보이지만 그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 산악인이라면 꿈의 도전인 히말라야. 그 히말라야가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의 발길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아픔을 고스란히 보듬어 안는 책이 나왔다. 관광과 정복의 대상이 아닌 오롯이 자연 그대로의 숨결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다.

   
시인이자 오지전문 잡지 기자 출신인 김홍성이 '트리술리의 물소리'를 펴냈다. '트리술리의 물소리'는 히말라야 석청 구입을 목적으로 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탐방기이다. 트리술리 강을 거슬러 오르며 9일 동안 펼치는 여정으로, 골골이 깃들어 사는 원주민 부족들의 인심과 풍정을 싱그럽게 그렸다. 그리고 사라져 가는 자연의 삶을 안타까운 필치와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풀어냈다.

염소를 기르고 감자를 심고 기장 죽을 먹는 농부, 아직도 풀 짐 지는 아낙, 소주 고는 모녀, 눈길을 맨발로 걷는 셀파, 퇴락한 법당, 목 잘린 불상, 헛간에서 짐승과 같이 자는 사람들, 달밤에 처자들까지 나와 춤을 즐기는 마을, 똥 천지인 똥동네. 온통 가난하고 허름하지만 그들이야말로 비길 데 없이 순박하고 진실하다.

"히말라야의 석청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가네 무아(먹는 꿀)이고 다른 한 가지는 나가네 무아(못 먹는 꿀)이다. 가네 무아는 사람이 먹는 꿀이다. 나가네 무아는 사람이 못 먹는 꿀이지만 야크나 버팔로 혹은 염소 등이 병이 났을 때 먹인다. 네팔 사람들은 절대로 나가네 무아를 먹지 않는다. 사람이 나가네 무아를 큰 수저로 한 수저만 떠먹어도 잠시 후 몸을 못 가누고 쓰러진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정도를 넘기면 쓰러지고 만다. 그러나 죽지는 않는다.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가서는 차츰 살아난다."p. 62.

"소변을 보려고 밖으로 나왔을 때 헛간 쪽으로 가 보니 벽이 없는 지붕 밑에서 사람과 짐승이 한데 어울려 자고 있다. 대들보 위에는 닭들이 앉아 있고, 마이타의 어린 조카들은 책상보만 한 누더기 속에서 새끼 염소를 껴안고 있다. 사람 기척에 놀라 일어나 앉은 마이타 동생 부부는 거의 알몸이다.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거듭 말한다. 그러나 그들 곁의 버팔로 송아지는 뭐가 그리 미안하냐는 듯 태연자약하게 여물을 씹고 있다. 하늘의 별은 여전히 총총하다. 달은 더욱 둥두렷하다."  pp. 102-103.

작가는 말한다. "사진은 묘한 것이다. 사진에 고착된 과거의 인물과 풍경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인물도 풍경도 변함없이 거기 그대로 있다. 같이 갔던 동료들과 현지 고용인들도 그곳을 걸으며 구슬땀을 뚝뚝 떨구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변화 이전의 모습, 즉 수백 수천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던 히말라야 산간 오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

반면 "트리술리 하류에는 수력 발전소가 생겼고, 도로와 전봇대는 계속 티베트 국경 쪽 산으로 깊이 파들어 갔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나날이 늘어나더니 예전에는 오직 걸을 수밖에 없었던 길을 지프로 왕래한다. 사흘 나흘 길을 몇 시간만에 주파하게 되었으나 자동차 도로 건설 현장은 히말라야 산악 지대 전역에 퍼져 있다."는 안타까움이 드러낸다.

저자는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후 십여 년 동안 트레킹, 여행 잡지 편집장을 지내기도 했다. 1990년대 초 히말라야와 티베트 라다크로 훌쩍 떠났다. 산에 순응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오지마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여전히 여리고 순한, 가난하지만 피붙이처럼 정겨운 이웃들이 모여사는 곳. 그들과 부대끼며 한솥밥을 나누고 등짐을 같이 지기도 한다. 그는 오늘도 히말라야의 오지를 '순례' 하듯 걷고 있다. 그는 영락없는 '걷기 여행자'다.

저서로 시집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기행문집 '히말라야 40일 간의 낮과 밤', '천년 순정의 땅, 히말라야를 걷는다'등이 있다으며 카트만두의 밥집 '소풍'을 운영하며 지낸 순박한 나날을 담은 '우리들의 소풍'(2008)을 펴냈다. 현재 미디어피아 전문 작가로 활동하면서 '피케 기행'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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