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네이버가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사업 조직을 ‘네이버파이낸셜’로 독립시켜 오는 11월경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한다.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대출, 보험까지 가능한 종합 금융 플랫폼을 출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국내 대형증권사와 포털업계 ‘공룡’이 합작한 금융플랫폼인 만큼 업계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금융업 도전 의사를 천명했다. 네이버는 현재 사내독립기업(CIC) 형태인 네이버페이를 물적분할 형태로 분사시켜 '네이버파이낸셜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할 것이라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1일 네이버파이낸셜 출범을 목표로 하겠다고 함께 밝혔다.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금까지 네이버에서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 영역 등을 총괄해온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겸직하게 될 예정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네이버의 이번 금융업 진출에 국내 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네이버의 새로운 법인은 전략적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투자받아 금융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복안이다.

현 시점에서 정확한 투자 금액과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5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액에 대한 합의가 이미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식 투자는 법인이 세워지는 11월 이후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미 양사는 지난 2017년부터 금융 분야에서 펀드 조성 등 전략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IT업계의 ‘공룡’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국내 증권업계 선두권 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합작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금융‧증권업계에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IT 역량과 미래에셋의 금융 노하우가 이른바 테크핀(TechFin) 시장에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테크핀은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다는 점에서는 ‘핀테크’와 같지만, IT기술이 우선시된다는 점에서 세부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네이버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카카오와의 ‘대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네이버는 카카오와 같은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보다는 보험·증권 등 다채로운 금융 서비스로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서비스 다변화가 진행될 공산이 크다. 

현재 네이버페이의 결제자 수는 업계 최대 규모인 월 10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역시 보험, 증권, 고지서 납부, 배송 등 다양한 생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두 서비스의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페이에 축적된 트래픽·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적합하고 경쟁력이 있는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안전하고 쉽게 가입하며 통합 조회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는 효율적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의 전략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금융 결제’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간편결제 서비스를 포함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업) 등록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완료했다. 그 이후 현재 중국 텐센트와 제휴를 추진 중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이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를 한 것도 PG업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면서 “여러 각도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의 출범은 국내 테크핀 산업의 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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