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문의 시장원리에 맡겨 시장친화적으로 유도해야

2009년 7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입법 때부터 논란의 핵이었던 배출권거래제는 2012년 5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오는 2015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할당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할당방식이 총량 배출목표제로 정해진다면 발전산업의 수요-공급 구조상 전력수요 증가가 배출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은 교토의정서 상 개도국이자 교토메커니즘 비대상국이기 때문에 해당 법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발전부문-전력소매요금제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배출권거래제가 제도상으로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주요 배출국들이 모두 발을 빼는 상황에서 산업계 부담만 가중된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당장 2015년 1월 시행을 앞둔 상황이라 연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배출량을 다시 산정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자료사진/ SK하이닉스는 2013년 12월 17일 반도체 업계 최초로 영국의 온실가스 국제검증기관 로이드인증원으로부터 '해외 탄소라벨링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오전 11시 프레스센터 19층 국화실에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도입-합리적 대안은 무엇인가’ 정책토론회를 통해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발전,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계 17개 주요업종은 2010년 EU배출권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최소 6조원의 추가부담을 떠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공동대표 김종석 교수) 주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도입-합리적 대안은 무엇인가’ 정책토론회 전경.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점검하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본 토론회를 개최했다. 

강 교수는 이날 “배출권거래제도가 정착하지 않고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자가 없으므로, 기업들이 실제 과징금을 부담할 수 있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적용하면 추가부담액은 28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하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밝히면서, “EU에서도 간접배출은 규제하지 않고 직접배출만을 배출권거래제 대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계는 직접배출에 대한 부담, 간접배출에 대한 부담과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분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경우의 전기요금 인상부담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한국 전력 시장(특히 판매 분야)의 경쟁 시장 체제로의 전환에 맞추어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완전 경쟁으로의 과도기 시기에는 배출권거래제도에 맞춘 탄력적 전기가격 인상을 고려하여야 하며, 이는 전력부문의 시장원리에 맡겨 참여자들의 적응을 시장친화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발제자인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장을 비롯하여 유상희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도입-합리적 대안은 무엇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에 관하여 토론하는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다음은 강희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1.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과소 추정논란

■ 정부의 할당계획(안)은 2009년에 과소 전망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그대로 적용해 배출량을 할당함으로써 과도한 산업계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

● BAU 대비 실제 배출실적은 2012년에만 2800만t이산화탄소(CO2)가 초과되어 BAU와 실제 산업계 배출량은 큰 차이를 보임. 2010년 실 배출량을 기준으로 산업계에서 추계분석해본 결과, 2020년 BAU는 8억9900만tCO2로 정부 예측치 8억1300만tCO2 보다 10% 이상 상회. 업종별 할당량 산정 시 과거 3개년(2011∼2013년) 평균 배출량에 감축률을 적용해 동 기간 중 실제 新증설된 설비의 배출량 증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함.

■ 발전, 철강, 석유화학 등 17개 주요업종의 예상배출량에서 감축률을 적용해 산정한 요구량과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중 할당계획안상의 할당량 간 차이는 2억8000만tCO2로 업계 요구량보다 16%나 부족한 상황. 이를 2010년 EU배출권 평균가격인 2만1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산업계는 최소 6조원의 추가부담.

●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자가 없으므로 실제 과징금을 부담할 수 있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적용하면 추가부담액은 28조5000억 원으로 증가.

① 문제의 핵심은 현재 공개 가능한 배출량 실측치가 2010년까지라는 점. 일단 가능한 차원에서 2012년까지의 산업부문별 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공개하여 산업계가 주장하는 배출량 증가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 것을 검증할 필요.

② 정부의 주장은 2009년에 산정한 BAU와 현재 재검토한 BAU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산정 방법론과 사용된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 BAU 산정은 정치적 압력 혹은 외교적 입지에 따라 산정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작업인 만큼, 명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임. 또한 이러한 명확성과 투명성이 객관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BAU 목표설정 보다는 절대량 목표치 설정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임.

③ 현시점에서 배출량 추이가 2009년 BAU 산정 시의 배출량 전망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일 것이며, 만일 둘 간의 차이가 크다면 지금이라도 BAU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것이며, 이는 동시에 BAU 방식의 문제점이 스스로 판명된 만큼 절대량 목표치 설정과 이를 통한 감축 계획 설정·감축 노력 병행이 필수임.

2. 간접배출에 대한 규제는 이중 규제

■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하는 불합리한 조치.

● EU-ETS에서도 간접배출은 규제하지 않고 직접배출만을 배출권거래제 대상.

● 간접배출이란 에너지의 사용은 조직경계 내에서 일어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조직경계 밖에서 일어나는 것(대표적으로 기업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는 전기와 스팀의 사용은 기업의 조직경계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전기와 스팀의 공급처에서 발생).

● 산업계는 직접배출에 대한 부담, 간접배출에 대한 부담,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분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경우의 전기요금 인상부담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야기.

① 현재 추진 중인 간접배출(전기, 스팀부문)에 대한 할당대상 포함은, 한국의 전력시장의 특수성(정부의 가격규제 가능, 판매 분야의 독점)을 감안하면, 도입의 타당성이 존재할 수 있으나, 아무리 정교하게 이중부담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고 하더라도 이중 부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 특히 상위 단계(발전 부문)에서 한 번 규제가 되고 하위 단계(사용 단계)에서 다시 한 번 규제를 할 경우, 경제 전체의 비효율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

② EU등 다른 국가의 경우 전력 시장이 경쟁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특히 발전 및 판매 분야가 경쟁 시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상위 단계에 부과된 부담은 가격 전가라는 방식으로 하위 단계에 자연스럽게 이전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고려 중인 간접 배출에 대한 할당 대상 포함과 같은 고민은 필요가 없음.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매우 특별한 경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음.

③ 이중부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간접 배출에 대한 할당 대상 포함 보다는 한국의 전력 시장(특히 판매 분야)의 경쟁 시장 체제로의 전환에 맞춘 점진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특히 완전 경쟁으로의 전환까지의 과도기 시기에는 배출권거래제도에 맞춘 탄력적 전기가격 인상이 고려되어야 할 것임. 장기적으로 전력시장이 경쟁체제로 전환될 경우에는 전력시장의 자체 메커니즘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 타당함. 한편 한국의 열 분야의 경우에는 현재 열시장은 존재하지 않고, 한국난방공사의 원가에 따른 가격결정 방식인 점을 고려할 경우, 열시장이 경쟁 시장으로 전환될 향후 계획이 없는 관계로 보다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