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퍼퓸'에서 열연한 하재숙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악플에 장문의 글로 의연하게 대처했다.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세태에 일침을 가했지만 날선 감정적 대처보다는 인간미 넘치는 글로 많은 공감을 샀다.  

배우 하재숙은 지난 23일 종영한 KBS2 월화극 '퍼퓸'에서 민재희 역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풍만한 몸매가 개성이었던 하재숙은 극중 배역의 완성도를 위해 피나는 다이어트 노력으로 상당한 감량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퍼퓸' 종영 후인 24일 하재숙은 '재희를 떠나보내며'라는 타이틀로 가슴에 담고 있던 말들을 풀어놓았다. 드라마를 위해 멀리했던 소주 한 잔 하면서 술기운을 빌어 적은 글이라고 했지만 하재숙의 깊은 생각과 따뜻한 심성이 묻어났다. 무엇보다 하재숙은 이 세상의 수많은 '재희'들에게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했다.

하재숙은 "평생을 뚱뚱하게 살아왔고 현재도 개미허리를 만나려면 다시 태어나는 게 빠를 것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뜨겁게 느끼고 느낀 바를 '재희'를 통해 잠깐이라도 하소연해볼 수 있었던 시간을 추억해보고자 함"이라면서 "한번씩 심장이 서늘해지는 악플을 발견하곤 혼잣말로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해줬는데..오늘 한번 큰소리로 외쳐보련다"라고 이 글을 적는 이유부터 밝혔다.

하재숙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몇 kg 뺐어요?', '어떻게 뺐어요?'다. 하필이면 재희의 꿈이 패션모델일 줄이야. 그럼 빼야 한다"면서 "종교같았던 탄수화물과 신념같았던 소주와 완벽하게 생이별하고 굳이 만나고 싶지 않던 각종 채소와 단백질의 대환장 콜라보로 운동까지 했다"고 극 중 배역을 위해 얼마나 독하게 마음 먹고 다이어트를 했는지 설명했다.

   
▲ 사진=하재숙 인스타그램


그냥 외모만 보고 습관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하재숙은 "뚱뚱한 자체를 아름답게 봐달라고 얘기한 적은 결단코 없다. 칼날 같은 외모의 잣대로 냉정하게 평가당하는 직업을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고 내가 한심하고 답답한 날이 없었을까"라고 자신도 외모 때문에 적잖게 고민해왔음을 털어놓으면서 "그저 날씬해지는 것이 자기 관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서글펐을 뿐이다"라고 점잖게 충고햇다.

배우로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하소연처럼 적었다. 하재숙은 "배우 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엄청난 독서를 했고 악기를 배웠고 춤을 배웠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배우로서의 삶을 위해 기울인 노력들을 열거하면서 "결국 나는 자기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한심하고 게으른 사람이 되는 순간들과 마주하면 감기약 세 봉지를 물 없이 삼킨 듯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외모로만 쉽게 폄하당하는 현실에 씁쓸함을 나타냈다.  

하재숙은 "이쯤 되면 들리는 이야기. '너의 건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라고 남의 얘기를 쉽게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지적하면서 "주접떨지마. 내 건강 내가 챙긴다. 그런 말은 다이어트 곤약 젤리라도 한봉지 손에 쥐어 주면서 해야 하는 말이다"라고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결국 하재숙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그놈의 '살', '외모'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대한 노력까지 폄하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그는 "'여배우답다'라는 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배우로 살아가는 내 모습도 너무 사랑하기에, 개미허리는 못될지언정 뭔가는 노력하고 배우고 도전하며 살아갈 것이고, 배역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다이어트에도 또 다시 목숨 걸고 달려보겠다"고 배우로서 진심을 전했다.

아울러 하재숙은 "그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조금만 예쁘게 봐달라"고도 했다.

끝으로 하재숙은 "이 세상의 모든 재희야.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왔다. 너도 한 때 누군가가 그토록 절절하게 그리워하던 첫사랑이었다니 얼마나 심장 떨리게 멋진 일이냐. 첫 사랑까지 갈 것도 없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감격에 겨워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던 부모님이 있고 세상에 깨지고 넘어지면 조용히 소주잔 기울여주는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이다"라고 이 세상의 모든 재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면서 "그러니 그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잘 살아가자. 당당하게 살아가라. 재숙 언니가 이 세상의 모든 재희들에게"라고 적었다.

하재숙의 이 심경글에 팬들은 많은 공감을 나타내면서 응원 댓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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