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지금은 전쟁 중이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을 믿고 지지하자!"

일본의 통상보복 조치에 따른 한일 간 경제 갈등을 '전쟁'으로까지 보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쟁 중에는 정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 것 역시 위험하다. 설사 정말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어쨌든 '정치'는 살아있어야 한다. 전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하고, 더 큰 오판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장치가 결국은 정치일 테니 말이다.

실제 제 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과 영국의 의회에서의 상호 날선 비판과 대립이 멈췄던 것도 아니고, 우리 역시 6.25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 국회는 열렸고 정당들 간의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 일본 정부의 통상보복 조치가 과연 우리 정치의 '동작 그만'까지 말해야 할 만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심지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거론되는 것은 더더욱 모순적이다. 지금의 국난을 임진왜란과 비교했을 때, 당시 군주였던 선조의 위치에 있는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당시 임금인 선조와 이순신 장군의 관계는 어땠는가?

   
▲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충무공 이순신 장군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강대강으로 '전쟁'에 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와중에 이순신 장군을 거론하며 대통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거론되는 것은 모순이다. /사진=청와대

실제 이순신 장군을 시기하고 의심하여 모함의 누명을 씌워 죽이려고 했던 인물이 바로 선조였다. 그런 선조에 의해 실제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을 감내해야 했다. 한편 이순신 장군은 복직이 된 후 이른바 '망궐례', 그러니까 신하가 근무지에서 한양 궁궐을 향해 절을 하는 예를 단 한 번도 거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둘의 관계는 갈등, 긴장의 연속이었다. 군주가 절대적 권위를 가진 왕조 체제에서조차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난국에 이순신과 같은 영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정부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친일 행위'로, 나아가 제1야당을 '친일파'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만을 요구하는 행태야 말로 가장 反이순신적인 태도가 아닐까.

목표는 위기 극복이다. 정부는 그 목표를 수행해야 할 주체다. 정부는 수단에 불과하다. 목표 수행에서 오히려 멀어지는 정부라면 당연히 비판받고 또 시정되어야 한다. 그 비판의 대안으로 보수야당은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을 친일이라고 매도하는 정권 주요 인사들, 충무공을 모함했던 조선왕조 당시의 간신들의 해악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윤주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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