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와 K리그 올스타 팀인 팀 K리그의 친선경기가 '지각'으로 얼룩졌다. 근 1시간이나 늦게 시작된 경기로 궂은 날씨와 무더위 속 자리를 지킨 관중들도, K리그 올스타 선수들도, TV 중계방송을 기다린 축구팬들도 허탈하기만 했다.

2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본래 오후 8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벤투스 측의 사정으로 경기가 57분이나 지연돼 거의 오후 9시가 다 되어서야 킥오프가 됐다.

당초 예정됐던 오후 8시를 10여분 남겨두고 월드컵경기장 장내 전광판에는 경기가 지연된다는 공식 안내문이 떴다. 관중들은 영문도 잘 모른 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이미 경기가 진행되고 있어야 할 8시 4분께 유벤투스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약 20분이 지나 유벤투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워밍업을 했다. 경기 전 행사가 8시 50분쯤 시작됐고, 킥오프 휘슬이 울린 것은 8시 57분이었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SNS
 

아무리 친선경기라 해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사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경기 당일인 이날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탑승한 비행기가 기상 악화로 인해 도착이 두 시간가량 늦어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숙소인 그랜드 하얏트호텔까지 이동도 교통 체증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숙소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이동할 때 역시 교통이 많이 막히는 저녁 시간대여서 또 지체가 됐다.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지만,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이 몸도 풀지 않고 나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현장에 모인 6만5000명 만원 관중과 팀 K리그 선수들, 경기 시작을 기다리며 TV 앞에 앉아 있던 수많은 축구팬들은 57분을 날려버렸다.

경기 전 열리기로 되어 있던 팬 사인회는 아예 열리지도 못했다.

비행기가 지연 도착하고, 교통 정체에 시달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촉박한 일정으로 친선경기를 준비한 주최측이다.

유벤투스는 이틀 전인 24일 중국 난징에서 2019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인터 밀란과 경기를 치렀다. 

하루만 쉬고 다시 대한민국 서울에서 팀 K리그와 경기를 하는 것부터가 무리한 일정이었다.

유벤투스의 아시아 투어 일정을 쪼개 어렵게 한국 방문을 성사시킨 것이라면, 경기 전날인 25일에는 입국을 했어야 했다. 기상 악화로 인한 비행기 운항 차질은 흔히 있는 일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초청 경기 일정을 짤 때 최소한 당일 입국은 피해야 했다. 하루 전에만 입국했더라도 망신스러운 1시간 경기 지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벤투스가 당일 입국을 고집했다면 한국축구를 무시한 것이고, 주최측이 당일 입국해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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