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유벤투스의 경기장 지각 도착과 경기 개시 지연, '호날두 노쇼', 경기 주최사 더 페스타의 잠수타기가 한국 축구팬들의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키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이 대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그것조차 모양새가 이상하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팀 K리그 경기의 후폭풍이 거세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한두 가지 벌어진 것도 아닌데, 당사자인 유벤투스와 호날두는 침묵하고 주최사 더 페스타 대표는 연락두절이다. 열 받은 팬들은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비난과 성토를 쏟아내고 있지만, 사태의 책임이 정확하게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답답함만 더하고 있다.

호날두의 소속팀 유벤투스가 방한해 팀 K리그와 친선경기를 벌인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기대 만발이었다. 그런데 경기 일정이 정해졌을 때 의구심이 들었다. 21일 싱가포르, 24일 중국 난징에서 경기(토트넘, 인터밀란전)를 치르는 유벤투스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또 경기를?

이런 의구심을 애써 지운 것이 초청경기 대행사였던 더 페스타의 '호날두 홍보'였다. 유벤투스가 방한하기로 했으니 선수들이 지쳤건 말건, 경기력이 제대로이건 아니건, 어쨌든 경기는 열릴테다. 대다수 축구팬들의 관심사였던 최고 스타 호날두의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더 페스타가 "최소 45분 출전하기로 계약했다"며 안심을 시켰다.

하지만 다 어긋났다. 경기가 열리기는 했다. 하지만 오후 8시 시작돼야 할 경기가 57분이나 지연돼 8시 57분에 킥오프됐다. 지상파 TV KBS2에서 생중계가 잡힌 경기가 그랬다.

   
▲ 시진='더팩트' 제공


지각 사태의 이유는 잘 알려진대로 경기 당일 한국에 온 유벤투스 선수단의 비행기가 2시간가량 연착했기 때문이었다. 비상식적으로 촉박한 일정이 부른 참사의 시작이었다. 호날두는 예정됐던 팬사인회에 불참했고, 경기는 아예 뛰지도 않고 벤치만 지키다 돌아갔다.

비싼 티켓을 치열한 경쟁 속에 구입해 1시간이나 늦게 시작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약속돼 있던 호날두의 플레이도 보지 못한 6만 5000명 관중들. TV 앞에서 경기 개시를 마냥 기다리다가 역시 맥빠진 경기를 달갑잖게 지켜본 수많은 축구팬들.

문제는 터졌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 페스타 로빈 장 대표는 이 경기 후 사실상 잠적했다.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페이스북 프로필을 바꾼 채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더 페스타의 초청 대회에 K리그 스타 선수들의 차출을 허락하고 친선경기를 도왔던 프로축구연맹은 난감해졌다. 축구팬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27일 권오갑 총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축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26일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유벤투스의 경기장 도착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경기 개최시간이 50분간 지연되었습니다. 또한 유벤투스 사리 감독 인터뷰와 관계자에 따르면 비록 호날두가 근육에 이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당초 계약과 달리 경기에 출장하지 않음으로써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축구팬 여러분들의 기대를 저버린 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K리그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연맹도 호날두가 정확히 왜 결장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사리 감독 인터뷰와 관계자에 따르면'이라고 표현했다. '당초 계약과 달리'라고 한 것을 보면 호날두의 경기 출장(최소 45분)은 계약에 포함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연맹도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은 딱히 없었다.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하겠다는 것뿐이다.

사과문은 그저 연맹은 책임이 없고, 호날두가 왠지 모르지만 계약을 어겨 실망을 끼쳤고, 그래서 팬들에게 사과한다는 것뿐이다.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채, 사태의 당사자인 호날두(유벤투스 포함)와 주최사 더 페스타가 나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연맹 측의 의례적인 사과일 뿐이다.

유벤투스와 호날두는 떠났지만, 더 페스타 대표는 침묵하고 있지만, '호날두 노쇼'는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비상식적인 일은 없어야 하며, 계약을 어긴 쪽은 누가 됐든 책임을 져야 하며, 원인제공자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리고 진심이 담긴 사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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