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윤아, 영화 '엑시트'서 용남 동아리 후배 의주 역 맡아
"촬영 중 다리에 무리 와 주저앉아 눈물…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공조' 후 새로운 모습 봤다는 반응 신기해… 고민 많아졌죠"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2017년 '공조'의 강렬한 코믹 연기로 성공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임윤아가 불과 2년 만에 주연이 됐다. 얼핏 보면 단기간에 이룬 성과 같지만 2007년 드라마 '9회말 2아웃'을 시작으로 '너는 내 운명'(2008), '신데렐라맨'(2009), '사랑비'(2012), '총리와 나'(2013), 'THE K2'(2016), '왕은 사랑한다'(2017)까지 연기자로 부단히도 달려온 결과다. 

소녀시대 윤아를 넘어 배우 임윤아로서 더욱 정진하고 있는 요즘, 신인의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뛴다. 주연을 맡은 '엑시트' 역시 그에게는 또 하나의 자양분이 된 작품이었다.

"소녀시대로 데뷔한 지 12년 차인데, 가수로서의 경험은 너무 많았던 데 비해 연기자로서의 경험은 적었던 것 같아요. 연기 활동 12년 차라고 말하기엔 보여드리지 못한 게 많고,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고… 영화 쪽에서는 더더욱 신인의 마음이에요."

영화 '엑시트'(감독 이정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윤아는 "주연으로는 첫 인터뷰"라며 앞선 언론시사회에서 이어진 호평에 감사를 전했다.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열심히 뛴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 '엑시트'의 배우 임윤아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임윤아는 강한 책임감으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부터 쉼 없이 달리고 벽을 오르는 액션까지 100분간 혼신의 열연을 펼친다. 맨손 클라이밍을 비롯한 각종 와이어 액션도 직접 해냈다.

"의주는 능동적이고, 책임감도 강하고, 판단력도 좋고, 체력도 좋잖아요. 그런 모습들은 제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이라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클라이밍, 달리기 등 체력적 소모가 많은 부분은 걱정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안전을 잘 챙겨주셔서 촬영에 잘 임할 수 있었어요."

조정석은 임윤아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지만 정작 본인은 "강단으로 버텼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달리는 신이 많았는데 정석 오빠가 속도를 맞춰주기도 했고 배려를 많이 해줬다"며 조정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매일 뛰는 신을 찍다 보니 나중에는 다리에 너무 무리가 와서 '컷' 하는 순간 주저앉았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너무 아프고 힘든데 '한 번 더 가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드니까. 체력이 더 강했다면 좋았을 텐데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 '엑시트'의 배우 임윤아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엑시트'에서는 철저히 망가지는 임윤아의 모습도 재미를 더한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피부는 꾀죄죄해지고, 목소리는 갈라진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오열하는 모습은 웃프고 또 한없이 사랑스럽다.

"제가 집중해서 울면 그렇게 되나 봐요.(웃음) 이 영화는 잠깐 일시정지만 해도 제가 망가져 있는 모습이 나와요. 그래서 출연 배우들이 '표정 부자'라고 해줬는데. 의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더 예뻐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책임감 강한 의주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는 감정선을 보여주길 원하셨고요."

그래서 자신을 더 망가뜨려달라고 부탁했다. 머리카락을 산발로 만들고, 긴박한 신에서는 '그렇게 연기하면 목소리가 괜찮겠냐'는 말이 돌아올 정도로 목을 놓아 소리를 질러댔다. 이런 굴욕(?)을 무릅써야 했던 '엑시트'를 선택하는 데 두려움은 없었을까.

"재난 영화라고 하길래 무겁고 진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유쾌함이 적절히 섞여 있더라고요. 그리고 정석 오빠가 용남 역할을 한다고 하니 대본이 더 잘 읽혔어요. 많은 분이 '공조' 때 새로운 제 모습을 봤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게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너무 새로운 모습이라기보단 '공조' 속 민영이가 취직을 하고,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거부감이 크게 들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반응이 새롭게 느껴진다는 임윤아. 무던한 성격과 털털한 모습이 담긴 JTBC '효리네 민박'과 '공조'가 나온 2017년부터는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어떤 것이 내 이미지길래 진짜 나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모습이라고 하시려나?' 싶더라고요. 데뷔 후 변화하는 과정이 있긴 했지만 그걸 보여드릴 기회도 없었고요. 그 이후부터는 '많은 분이 좋아하던 윤아의 이미지·역할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내가 꽂혀서 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드리는 게 좋으려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마음이 기울어져서 선택을 하고 있는데. 그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엑시트'의 배우 임윤아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어느덧 30대를 맞이한 임윤아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고 있다. 요정 이미지를 깨고 싶냐는 질문에 "좋은 말이니 깨고 싶진 않다"고 웃으면서도 이전과 달리 여유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많은 것들을 여유 있게 보려고 하니 마음도 더 편해지고요. 데뷔 초에는 너무 모든 걸 잘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잘해야 할 것 같았고… 지금은 '못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대충 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하게끔 팬들이 도와주고, 그 길을 같이 걸어가는 것 같아요."


   
▲ '엑시트'의 배우 임윤아가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