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협상과 WTO 합의 없이 기존 관세율 인상.보조금 축소 불가능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 등 12개국을 '개발도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그 파급 영향은 '찻잔 속 태풍'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실제 기존 관세율을 인상하거나 보조금을 축소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회원국들 간 합의가 필요'한데, 그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WTO에서 12개 국가에 대한 개도국 지위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에 지시했고, 90일 이내에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오는 10월 28일 이후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히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30일 시작되는 미중 무역협상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WTO에 '개도국 제외에 대한 일방적인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또는 주요20개국(G20) 회원국인 경우,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국가(1인당 국민총소득 1만 2506달러 이상),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0.5% 이상 국가를 꼽았다.

실제 개도국에서 제외될 경우, 예상되는 피해는 비농업 분야 관세율을 기존 7%에서 4%로 낮추고, 농업 분야 관세율은 50~70%로 인하하며, 정부 보조금 특별 혜택을 절반이상 줄여야 한다.

이런 트럼프의 일방적 공세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중국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며 WTO에 기여했다"면서, 미국의 이런 방침에 반대하고, "개도국 대우는 WTO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트럼프의 요구를 비난하면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인당 농업부가가치, 1인당 에너지 사용량 등에서 미국 등 선진국과 격차가 있다"고, 중국이 개도국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의도는 당장은 별 실제 영향 없이 '말 뿐인 위협으로 끝날 전망'이다.

WTO의 개도국 지위 결정 여부는 회원국들 간 컨센서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선진국 및 관련 신흥국들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찬성 의견이 과반수 이상 획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WTO의 개도국 지위 결정 여부가 '자기선언과 컨센서스로 진행'돼,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제안을 비난하며 강력하게 반발할 경우, 이들의 개도국 제외에 대한 동의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관련 논의는 크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 정부도 당장은 우리 농업에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브리핑에서 "차기 협상 이전까지는 '현재의 관세율과 보조금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차기 협상 개시여부, 개시일시 등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 갈등 고조에 따른 불확실성은 분명 악재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행정메모의 핵심 타깃은 중국이라는 점에서, 이를 통해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량 감소에 따른 센티먼트 악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래 연구원은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으로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미국산 제품 수입 축소가능성, 미국 페덱스 등 블랙리스트에 편입,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속 추진 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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