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MBC노동조합이 MBC가 최근 비상경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홍보하면서 왜 비상경영을 하냐"고 반문했다.

MBC노조는 1일 '공감터 57호'를 통해 "어제 기자회견 자료를 보면 아직도 MBC 경영진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 같이 밝혔다.

MBC 사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상반기동안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 상승세가 뚜렷했으며, 특집 편성에 시청자가 호평했고, 탐사보도 프로그램들 영향력이 확대됐으며, 예능은 선두를 지키고 드라마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MBC노조는 "왜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천문학적 적자가 나는 것인가? MBC 프로그램들이 편파보도와 정치선동 방송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현실이 아직도 경영진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다음은 MBC노조 공감터 전문이다.

   
▲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MBC노조 공감터 57호] 그렇게 잘 했다면서 왜 비상경영인가?


MBC는 어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어 8월 1일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은 올 상반기에 MBC가 445억 원 적자를 냈으며 하반기에 광고매출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직을 축소하고 제작비를 깎는 비상경영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기자회견 자료를 보면 아직도 MBC 경영진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MBC 사측은 보도자료에서 지난 상반기동안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 상승세가 뚜렷’했으며, ‘특집 편성에 시청자가 호평’했고, ‘탐사보도 프로그램들 영향력이 확대’됐으며, ‘예능은 선두를 지키고 드라마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MBC가 잘 하고 있다면 왜 비상경영을 하려는 것인가? 왜 시청률은 바닥을 기고, 천문학적 적자가 나는 것인가? MBC 프로그램들이 편파보도와 정치선동 방송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현실이 아직도 경영진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MBC 사측은 보도자료에서 2017년에 비해 2018년 광고매출이 KBS는 9.2%, MBC가 6.5%, SBS가 3.7% 줄었다고 밝혔다. 그나마 MBC 경영진이 KBS보다는 선전하고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2017년은 MBC에서 수개월 간 업무거부와 파업으로 방송이 파행됐던 해이다. 방송이 제대로 나갔던 2016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광고매출이 KBS는 21%, MBC가 30%, SBS가 3.8% 줄었다. 중간광고 금지 등 악조건을 똑같이 안고 있는 지상파들 가운데 최승호 사장이 책임지고 있는 MBC의 경영이 가장 나빴던 것이다. 뻔한 통계마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해석하면서, 경영개선을 얼마나 잘 할지 걱정이 된다.

MBC 사측은 비상경영 조치로 조직 축소와 직원 보수 삭감, 제작비 효율화 등을 내세웠지만 끝내 임원들의 특활비와 경쟁력 없는 외부인사 출연료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 외면했다. 임원들이 이미 임금 10%를 깎고 법인카드로 쓰는 업무추진비 30%를 반납했다고 강조했지만, 매월 수백만 원씩 현금으로 가져가는 특활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청률와 광고 판매율이 바닥을 기는 프로그램들에 외부 인사들이 나와 거액의 출연료를 받아가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자신들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직원들에게 상여금 깎고 임금피크제를 확대하겠다고 동의를 요구하면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최승호 사장 등 현 경영진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됐던 유 모 앵커가 최근 재판에서 승소해 복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 MBC 사측은 보도자료에서 1심 판결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유 앵커가 복직하면 입사와 근로과정에 대한 특별감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수년 간 법정투쟁을 벌여 복직 판결을 받은 근로자를 위로하고 사과하기는커녕 회사로 돌아오면 특별감사로 괴롭히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참으로 치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을 두 번 부당해고한 신기록을 세웠던 최승호 사장이 이제는 부당해고했던 근로자를 복직하기도 전에 괴롭힐 준비부터 하는 것인가?

MBC 경영진은 작년 내내 이른바 ‘채용 특별감사’를 벌여 죄 없는 경력사원들을 괴롭혔다. 경력사원들에게 효력도 없는 ‘계약해지통보서’를 보내 겁을 주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본인이 계속 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MBC 같은 공영방송사에서 설마 그런 만행이 저질러졌으리라고 외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하고도 파업 비참가자들은 채용 비리로 단 한 명을 해고하지 못했고, 엉뚱하게도 파업에 참가했던 한 경력사원의 입사 부정이 드러나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난리를 치르며 골병이 들어간 MBC에서 부당 해고된 직원이 복직하면 또다시 입사과정 감사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회사 앞날이 막막하기만 하다.

2019년 8월 1일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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