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투쟁자금 모금에 민주·평화 “일본 편이냐” 공세
이해찬 ‘사케’도 논란…“편 갈라 싸울 때냐” 자성 목소리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 수위를 높인 가운데, 때아닌 친일 논쟁만 벌이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비판이 나온다. 국가적 대응책 마련에 나서도 모자랄 여야가 각론으로 정쟁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5일 입장문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전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제1야당의 정상적인 투쟁자금 모금 행위에 대해 친일파의 행태라는 망언까지 쏟아냈다”며 “일본의 경제보복을 또다시 정치에 악용하는 나쁜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 수위를 높인 가운데, 때아닌 친일 논쟁만 벌이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비판이 나온다./미디어펜


한국당은 지난달 30일 “지난 5월 2일부터 의원님들을 대상으로 당 투쟁기금을 모금하고 있다”며 “아직 참여하지 못한 의원들을 위해 아래와 같이 기금 납부방법을 전해드린다”는 내용으로 중앙당 총무국 명의의 공문을 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보냈다. 한국당은 공문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투쟁이 효과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부득이 투쟁자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주당과 평화당이 한국당의 모금을 사실상 ‘친일 프레임’으로 해석하면서 불거졌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대정부 기금투쟁을 대대적으로 모집하며 대일 경제 전쟁에 나서는 장수의 발목을 잡겠다는 발상은 대놓고 ‘일본 편’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김재두 평화당 대변인은 “한국당의 작태는 친일파와 다를 게 하나 없다. ‘대아베정권투쟁자금’을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들 대변인의 사과를 요구하며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에 협조할 것은 적극 협조하되, 일방적이고 잘못된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제1야당의 본분에 맞게 투쟁해 나가겠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제1야당을 향해 음모로 대응하고 있는 일부 정당에게 각성을 촉구한다”고 맞받았다.

◇‘사케 마셨나’로 정쟁 벌인 여야

앞선 주말 여야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케’ 논란을 싸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인터넷 매체 ‘더팩트’는 지난 3일 “이 대표가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한 직후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사케를 곁들인 오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메밀, 사케 등이 적힌 이 대표 주문 내역을 공개하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당장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청와대와 민주당은 연일 반일, 항일을 외치며, 국민에게는 고통조차 감내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이렇게 이율배반적일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일본의 조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한 이 대표, 사케까지 곁들인 식사는 하고 싶었나”라며 “이율배반의 극치를 보여주는 집권당의 실체”라고 했다.

그러자 서재헌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두 야당 대변인의 비난은 국내산 청주를 ‘사케’라는 이름으로 파는 일본식 음식점 자영업자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솔한 발언이자, 왜곡된 사실을 확대·재생산하는 악의적 국민 선동에 불과하다”며 “강력한 유감과 함께 사과를 요청한다”고 반박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기사를 낸 더팩트를 상대로도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요청 등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서 상근부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이번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며 “사케라는 것은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사가) 술 한잔한 게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서였으면 (몰라도), 포커스를 다르게 갔다. 이에 다른 당 대변인들도 악의적으로 (논평을) 내버리게 됐다”고 부연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더불어민주당


◇“편 가르지 말고, 정쟁 뒤로하자”

이처럼 여야가 일본 경제보복 국면에서 서로 으르렁거리자 정치권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안보적 위기상황이 발생한 와중에 국회가 정쟁으로만 점철됐다는 시각에서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정종 반주는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위기다. 국민은 죽고 사는 문제로 불안하다”며 “정치권도 편 갈라 싸우지 말고, 모든 정쟁을 뒤로 하자”고 썼다.

한 야당 관계자도 “지금 어느 당에 친일파가 더 많으냐로 싸울 때인지 의문이 든다”며 “서로가 서로의 프레임에 말려 들어갈수록 실질적인 경제보복 대응책 논의는 등한시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