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킨 의도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국민과 기업의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것이라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분석했다.

화이트 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배제 조치가 불러오는 직접적인 효과보다 그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노린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자 의도라는 것으로 정부는 향후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 단속과 대응에도 나설 방침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와 관련해 “마치 IMF(외환위기) 식의 금융위기가 온다는 식의 기사는 정말로 가짜뉴스”라며 “특정 품목과 업종, 기업에 대한 과장 (보도)에 대해서도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 피해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할 수 없다”며 “양국이 어떤 전략으로 어떤 게임을 전개하느냐에 따라 피해가 달라진다. 코스트(비용)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일본 기업도 코스트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일본이) 1120개 (품목의) 수도꼭지를 한번에 잠글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오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한달동안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해당하는 품목을 모니터링한 결과 한국기업이 재고 부족으로 단기간에 생산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의 목적에 수출규제에 따른 단기적인 효과보다 한국경제에 불안감을 증폭시키려는 장기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러한 판단 근거로 지난 2일 골드만삭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예시로 들었다.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일본, 미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보고서이다.

정부에 따르면, 일본의 전략물자 1120개 품목 중 ‘민감 물자’에 해당하는 263개 품목은 화이트 리스트 국가의 경우에도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나머지 ‘비 민감 물자’인 857개는 기존 일반포괄허가에서 특별포괄허가로 바뀐 것이다. 

정부는 캐치올 조항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이 입맛대로 필요에 의해 언제든 수출규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일본정부가 행정 여력상 해당 규제를 기업에게 맡기는 CP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본 경제산업성의 1300개 CP 기업 리스트를 잘 활용하면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1300개 CP 기업의 명단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1000개 이상의 수입 품목뿐 아니라 개별 기업들의 수입 현황도 직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산업은행, 기업은행,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일대일 상담 시스템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이 1120개 품목에 대해 개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진짜 아베정권의 노림수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스스로 불확실성을 너무 증폭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경제전쟁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