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미훈련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6일 황해남도 일대에서 내륙을 관통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2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 이후 나흘만의 도발로 북한은 최근 2주 동안 4차례의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내고 한미군사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심히 대한다면 고단할 정도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원산 일대에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군 당국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발사체의 비행고도와 비행거리,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31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는 30여㎞ 저고도로 250여㎞를 비행했다. 2일 발사체는 고도 약 25㎞에서 220여㎞를 비행했으며,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9였다.

특히 이날 북한의 발사체는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것이다. 황해남도 과일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떨어진 후방 지역이다. 북한은 이날 동해 쪽으로 발사체를 쐈지만, 방향을 남쪽으로 틀면 언제라도 한국의 핵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또한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앞서 미사일 도발 때 북한은 하반기에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을 감안한 듯 미국에 대한 비난은 피해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적대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대화의 동력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 대화 재개 여지는 남겨뒀다.  

북한의 발사체 무력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실무협상을 조율하는 북미 간 물밑대화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한 이후 물밑 접촉을 가졌더라도 실무협상에 합의할 수준에 못 미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부터 한미군사훈련에 불만을 표시하며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하노이회담 이후 스스로 밝힌 것대로 협상 조건을 ‘체제안전보장’에 맞춰 허들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노이회담 때 북한은 미국을 향해 일부 제재완화를 주장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긴급 기자회견 때 ‘체제안전보장’을 언급했고,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새로운 셈법’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한 체제안전보장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쉬운 대북제재 완화 쪽으로 미국의 결정을 유도하는 셈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결국 북한의 무력시위는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있을 동안 신형 무기를 테스트하면서, 이를 통해 내부 단속 효과도 얻고, 남한을 위협하는 신형 무기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다중 포석인 셈이다. 

한미는 지난 5일부터 합동훈련의 사전준비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Crisis Management Staff Training)을 시작으로 20일까지 CPX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이달 말까지는 북미 대화의 가시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이날 “대화 상대방을 겨냥한 전쟁모의판이 벌어지고 있는 때에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과 마주앉아 맥을 뽑으면서 소득없는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 것을 볼 때 추가 도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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