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부품 국내생산 가능한 중소기업 물색 중"…'탈 일본' 넘어 '자력갱생' 선언
산업부, 현실 급한데 "한·일 기술격차 50년 안 나"…안이한 대응 태도 도마에 올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해소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애로청취 간담회를 열었지만 현실에 대한 직시보다는 '국산화' 의욕만 앞세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시가 급한데도 산업통상자원부가 "1년만 기다려달라"고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중소기업 애로청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을 비롯, 해외시장정책관·기술정책관·상생협력정책관과 부품‧소재‧장비 기술보유 기업 8개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의 주요 어젠다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 기업 지원 방안 안내 및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방안 등이었다.

   
▲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사진=중소벤처기업부 공식 페이스북


박영선 장관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대책을 적시성 있게 추진하겠다"며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건전한 대·중소기업 협업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 장관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브리핑'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품목의 독립을 추진토록 하기 위해 (삼성 등) 대기업들에 국산화했으면 하는 소재·부품·장비 품목을 요청해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 생산이 가능한 중소기업들을 물색하고 있으며, 해당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생산토록 해 국산화를 추진하는 등 대·중소(기업) 상생품목 R&D에 1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소재부품장비 전용 벤처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국산화할 수 있는 품목과 3~5년 등 시간이 다소 걸리는 중장기 개발 품목을 분류 중"이라며 "일본이 수출 규제 목록에 넣은 불화수소와 폴리이미드는 올해 내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탈 일본'을 넘어 '자력갱생'을 선언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다. 박 장관이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은 대기업 테스트를 거친 후 상용화 될 것"이라고 했지만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 수준과 제품이 어떻건 간에 빛을 발하려거든 대기업이 사줘야 하는 문제가 걸려있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며, 국가가 대기업들로 하여금 국내 중소기업 제품 구매를 종용하느냐는 지적이다.

   
▲ 지난 5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회' 대책 회의 중 "소재·부품·장비 강국 도약을 통해 제조업 르네상스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공식 페이스북


이 와중에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이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강경성 산업부 소재산업부품정책관은 "한·일 간 기술 격차가 50년이나 나지 않는다"며 "산업부 대책 중엔 1년 이내 20개 정도, 5년 이내 80개 정도에 공급 안정성 내지는 자립화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무역갈등 국면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기까지 중소기업들이 최소 1년 가량 버텨주길 바란다"고 부연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1년은 엄청난 격차인데, 한시가 급한 현실을 모르는 산업부가 한가로운 소릴 하고 있다"는 업계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직접 타협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헛소리를 늘어놓는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국산화가 끝날때 쯤이면 고객사는 다 떨어져 나간다"며 "현실 감각이 없어 1년씩이나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정부 공무원들 때문에 기업들이 다 죽어나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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